2006년, 케이블 방송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난 1995년 케이블 방송 출범 이래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던 해는 없었지만 특히 올해는 방송통신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케이블 방송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이미 다가온 방통융합시대에, 케이블 방송은 방송 시장에 진출하려는 통신사들과 방송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지상파 방송사 사이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06년은 이렇게 케이블 방송이 당면한 위기와 기회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2006년 케이블 방송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10대 사건들을 짚어본다.
◆오지철 협회장 취임
지난 3월 케이블TV협회는 문화관광부 차관 출신의 오지철 회장을 제5대 회장으로 맞이했다.
취임 당시 ▲케이블방송사(SO)와 프로그램 공급업체(PP)간 상하관계 개선 ▲디지털케이블 활성화 ▲IPTV 막아내기 등을 주요 실천의제로 내걸었던 오지철 회장은 "대체로 중간 이상은 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특히 디지털케이블 활성화에 더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한 해동안 케이블TV 업계의 경쟁력과 함께 취약점도 있다는 것을 절감한 오 회장에게 2006년은 힘든 해였지만 내년은 더욱 힘든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증가세에 속도를 올리고, 더욱 거세질 IPTV의 공세를 막아내는 동시에 케이블방송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SO M&A 러시
지난해 활발했던 인수합병은 올해 초에도 계속됐다. 특히 CJ케이블넷의 몸집 불리기가 인상적이다.
CJ케이블넷은 지난 1월 충남방송과 모두방송, 4월에 영남방송과 드림씨티방송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도 부산지역 SO인 중앙케이블TV방송과 제일케이블TV를 인수해 총 가입자 236만가구의 2위 사업자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114만 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HCN 역시 추가 SO인수 등에 쓰기 위해 1천600억원의 외자유치를 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SO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하다.
인수합병이 SO끼리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독자적인 방송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PP를 인수하거나 신규설립하는 SO도 생겼다.
티브로드는 이채널 외에 20세기 폭스와 공동출자해 만든 폭스채널을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씨앤앰, 태광, CJ케이블넷, CJ미디어, 큐릭스 등 케이블TV 관계사들이 출자한 드라맥스(옛 시리즈TV)는 지난 12일부터 드라마 버라이어티쇼 채널로 새 옷을 갈아입고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달에는 CMB가 TV시리즈 전문채널 CNTV를 인수했고, 아름방송도 앨리스TV를 인수해 MSP의 모습을 갖췄다.
◆수신료 정상화로 인한 시청자와의 갈등
올해 초에는 유난히 방송 수신료 문제를 둘러싸고 시청자와의 갈등이 많이 빚어졌다.
SO들은 디지털케이블 전환을 빨리 하기 위해 월 6천원에 머물러 있는 ARPU(가입자당 월평균매출)를 올려야만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단체계약에서 개별계약으로 전환되면서 100%이상의 수신료 인상안을 받아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한때 케이블TV 시청거부운동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수신료 이슈는 특히 지방선거와 맞물리는 바람에 일부 SO의 문제가 전체 SO의 문제로 과대포장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이를 통해 SO들은 시청자를 설득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2010년까지 HD방송 완료 발표
지난 6월 SO협의회는 SD 중심의 디지털케이블 전환 정책을 수정해 오는 2010년까지 HD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PTV 및 지상파의 멀티모드서비스(MMS, 한 채널 주파수를 여러 채널로 쪼개는 다채널방송)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CJ미디어와 온미디어 등 주요 MPP들도 HD채널 전환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SD급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조차 현재 30만가구 정도에 불과한 상태에서 4년 내에 1천400만가구를 HD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재원 마련이나 채널 전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로드맵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다.
◆초고속인터넷 기간통신사업자 지위 획득
올해 7월부터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SO들도 기존 통신사들과 같은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얻게 됐다.
그러나 SO들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용약관 신고나 민원처리 절차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고, 결합상품 판매를 이용한 마케팅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
기간통신사업자끼리 맺어야 하는 상호접속료 협정도 SO에는 부담이다. 가입자수나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현재의 접속료 기준은 기존 통신사업자들에 맞춰져 있어 개별SO의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SO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호 접속료는 내년에도 케이블 업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KCT 설립으로 TPS 기반 마련
가입자 ARPU를 올리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가 번들 서비스다. 방송과 인터넷을 결합 판매하면서 재미를 본 SO들은 ARPU를 올리는 방안으로 인터넷 전화까지 결합해 판매하는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 방송+인터넷+전화 번들 서비스)를 기획중이다.
주요 MSO들이 출자해 만든 인터넷전화 사업체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그 결과물이다. KCT가 정통부의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SO들은 TPS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2007년 초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TPS가 SO들의 가입자 붙잡기 및 ARPU 증가에 얼마나 도움을 줄 지 기대된다.
◆하나TV, MMS, IPTV 등…깊어지는 매체간 갈등
2006년은 케이블 방송업계를 위협하는 IPTV와 지상파의 공세가 강했던 해였다.
케이블 업계는 IPTV가 디지털케이블과 동일한 서비스임을 홍보하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이 와중에 하나로텔레콤이 TV포털 서비스 '하나TV'를 들고 나와 '불법방송'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상파는 월드컵 기간 중 MMS를 시도하면서 유료방송 업계의 반발을 샀고, 공동주택 공동시청망(MATV망)을 둘러싼 지상파-위성-케이블간의 갈등도 여전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매체간 갈등은 필연적일지 모르지만 사업자간 소모적인 경쟁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PP 자체제작 활성화
올해는 자체제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해이기도 했다.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MPP를 중심으로 한 자체제작 움직임은 사실상 지상파 프로그램에 의존해왔던 케이블 방송도 고유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 SO-PP간 협력모델도 생겼다. MBC드라마넷은 자체제작 시트콤 '빌리진 날봐요'를 제작하면서 개별SO협의회의 투자를 받았다.
자체제작 콘텐츠가 지상파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MPP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방송 콘텐츠 산업 전반의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밑거름이 될 것은 틀림없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30만가구 달성할 듯
11월말 기준으로 국내 디지털케이블 가입자가 26만가구를 넘어섰다. 디지털케이블 서비스를 처음으로 상용화했던 첫해인 지난해 가입자수는 4만8천가구였다. 아직 공식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30만가구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입자 증가세에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SO들의 의욕에 비해 가입자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비싼 셋톱박스 가격과 서비스 요금에 대한 시청자 저항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불법방송과의 전쟁
MATV망을 활용한 불법방송은 케이블 방송업계의 골칫거리였다. MATV 설치업체, 그리고 이들과 연계한 유사홈쇼핑사업자들이 사업권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KT목포지사와 하도급업체가 케이블 채널 불법 송출로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방송 사업자들은 방송법 위반은 물론이고 콘텐츠 무단 송출에 따른 저작권법까지 위반하고 있지만 적발된 업체에 한해 고발 수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불법방송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MATV망 관리 및 사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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