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서비스 기업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필터링시스템을 갖춰도 권리자로부터 소송당하는 일이 발생해 인터넷 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필터링시스템이란 저작권자에 의해 허락되지 않은 음원은 유통을 금지시키는 장치. '파일구리'를 운영하는 프리챌은 모빌탑-뮤레카 컨소시엄이 제공하는 태그(TAG) DRM을 적용, 곡당 과금 등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료서비스 개시 두달여 만에 노프리외 77개 음반제작 및 기획사들로 부터 저작권위반혐의로 형사고소당했다.
특히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104조)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들은 권리자 요청이 있을 경우 필터링 등 기술적인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돼 있어, 이번 파일구리 피소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정부시책에 따라 필터링을 해도 소송당한다면 무슨소용인가"라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문화부는 "필터링을 갖췄다는 것만으로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작권 협상 주도권 다툼이 소송의 이유?
노프리외 77개 음반제작 및 기획사들은 음원권리 침해를 이유로 '파일구리(www.fileguri.com)' 운영회사인 프리챌(대표 손창욱 www.freechal.com)을 저작권위반혐의로 형사고소했다.
고소인으로 참가한 음반제작사들은 가수 신화, 이승철, DJ-DOC, 주얼리, 슈가, 서영은, 코요테, 유리상자, 럼블피쉬왁스, 브라운아이드걸스, 리썰언더그라운드, 장혜진, 서지영, 임재범 등의 소속회사.
노프리 관계자는 "파일구리에서 유통되는 음원 파일에 대해 전송금지를 요구한 데 이어, 불법음원이 지속적으로 교류돼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파일구리는 필터링시스템이라는 기술적 조치를 취했다는 명분으로 회피하려 하나 필터링 기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는 권리자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파일구리에서 불법으로 공유한 근거자료 8천여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김준영 파일구리 상무는 "파일구리의 필터링시스템은 문화부의 필터링테스트를 통과하고 음원 신탁 3단체 및 국내외 주요 음반사 및 직배사로 이뤄진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체 소속 13개 기업과도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등 필터링시스템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노프리측이 관련 음원에 대한 전송금지를 요청했는데, 그들은 우리에 한번도 저작권 문제에 대해 협상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그쪽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을 보고 소송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파일구리의 유료화 단행은 지난 7월 저작권자의 음원 유통 차단 조치로 음악 P2P 서비스 중단 이후 소리바다, 몽키3에 이은 세번째.
필터링시스템은 갖췄지만, 음악 저작권자들과의 저작권료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문화부, "필터링 시스템과 소송여부는 무관"…인기협 반발
실제로 파일구리는 유료화과정에서 저작인접권료로 음원매출가의 70%를 요구하는 권리자들과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작인접권료로 70%, 음악저작권협회와 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에 15%, 기술사용료 10%, 결제수수료 10%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
이렇듯 음원관련 저작인접권료에 대해 온라인서비스기업(OSP)과 음반사 등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개정 저작권법에서는 OSP들에게 기술조치를 의무화해 했다. 지키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노프리 등은 이번 소송을 내면서 기술조치의 신뢰성마저 부정하고 있어, 이후 인터넷기업들이 필터링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도 소송에서는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신은향 문화부 저작권과 사무관은 "뮤레카에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파일구리의 필터링시스템은) 서비스사업자들이 컨트롤할 수 있게 돼 있다. 권리자들이 자신의 음원과 관련 OSP에 관련 정책을 요구하고, 이 때 협상이 안되면 소송하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 필터링시스템을 갖췄다는 것 만으로 소송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파일구리의 필터링시스템은 문화부가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지하면서 국회 및 장관 회의실에서 '좋은 사례'로 설명했던 것"이라며 "그런 솔루션에 대해 권리자들이 기술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협상에 악용하는 상황에서 문화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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