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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학생이 진짜 주체인 '자기주도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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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점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부모들 만이 원하는 바는 아니다. 학생 자신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가 재미있다면, 거기에 덤으로 성적까지 향상된다면 그것보다 신나는 일이 뭐가 있으랴.

여기 학생과 학부모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새로운 학습모델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장미디어인터렉티브(대표 김정수 www.jmstudy.com)가 최근 선보인 '자기주도형 학습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말 그대로 교수자가 아닌 학생 중심으로 학습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장미디어인터렉티는 올 해 5월부터 전국에 21개의 자기주도학습관을 오픈,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꿈꾸고 있다.

◆자기주도학습관 분당점을 가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자기주도학습관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여태껏 봐왔던 학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은은한 조명, 밝은 인테리어. 무엇보다 강사와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이는 자기주도학습관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스스로 공부를 할 공간을 내어주는 장소이기 때문.

자기주도학습관에는 강사가 없다. 원장과 매니저가 있을 뿐이다.

학생들은 이 곳에 와서 자신이 직접 세운 계획표에 따라 공부를 한다. 네 개로 이뤄진 자율학습공간에는 각각 통솔력실, 창의력실, 집중력실, 감수성실 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각 교실마다 조명이나 인테리어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창의력실은 이 곳에서 가장 시원한 학습관, 집중력실은 가장 조명이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학습관과 같은 식이다.

학습실 외에도 전자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는 컴퓨터실, 서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학생들에게 개방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 대에, 원하는 학습관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간다.

자기주도학습관을 처음 찾은 학생들은 진단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학원 측은 학생의 심리, 성적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1주일 간은 '신뢰쌓기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담당 매니저는 학생에게 스스로 자신이 공부할 양을 세워 계획표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매니저는 절대 그 계획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처음 열에 아홉은 '엉터리' 계획표를 짜기 일쑤다.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 없고, 그나마도 자신이 원하는 과목 위주로 계획이 짜여진다.

하지만 매니저는 그에 대해 별 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학생 스스로 만들어 낸 계획 중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 준다. 여기서 칭찬과 격려는 학생 스스로가 뭘 잘했는 지를 상세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이뤄진다.

손용식 자기주도학습관 분당점 원장은 "우리(원장, 매니저)는 이러한 기다림에 상당히 익숙하다"고 말한다.

학생마다 각각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일주일 여의 시간이 지나면 보통 반응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학생이 먼저 매니저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

학습관 측에서는 학생이 먼저 질문을 하는 시기를 '서로 신뢰가 형성된 시기'로 본다. 학생들이 옆에 있는 매니저를 경계해야 할 사람, 무언가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신뢰가 쌓이고 나면 다음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매니저의 조언에 대해 학생들은 귀를 기울이고,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물론 이후에도 학생들의 질문에 매니저가 일반 학원처럼 즉시 답을 이야기해 주는 경우는 없다.

매니저가 오히려 같은 질문을 다시 학생에게 던져보고, 어디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지를 알려준다.

'서로 신뢰하되 의존토록 하지 않는 것' '의견 교환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진행할 것'이 바로 학습관에서의 대화법이다.

이곳의 매니저들은 학원강사 등으로 이미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다. 또한 질문 처리법 등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매니저들은 학습관에 오기 전 3주 동안 집중적인 OJT 과정을 거친다. 매니저 교육은 장미디어인터렉티브에서 직접 담당하고 있다.

자기주도 시스템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학습관에 오면 입실체크를 받는다. 자신이 오늘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 가에 대해 매니저와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집에 갈 때는 퇴실 체크를 받는다. 당일 공부한 내용에 대해 매니저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자율학습 외에도 장미디어인터렉티브에서 제공하는 전자교과서를 통해 공부를 할 수 있다.

장미디어인터렉티브 측은 "대부분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는 동영상 강의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비해 전자교과서는 교육 공학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것으로 반응식 첨삭 강의가 제공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은 초등학생은 한 달에 28만원, 중학생은 32만원. 이 외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은 없다. 통상 초등학생들은 하루에 두 시간, 중학생들은 세 시간 이상 공부를 하고 돌아간다는 게 학습관 측 설명이다.

자기주도학습관 경기도 분당점 손용식 원장

"저는 매니저들에게 학생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눈을 마주보라고 주문합니다.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접해주는 것. 이것이 신뢰를 쌓는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용식 원장은 그 자신이 오랜 기간 사교육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손 원장은 30여년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르치는 기술'보다 '학생들이 배운 것을 스스로 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가르칠 때는 모두 알아들었던 내용을 정작 시험에서는 틀려오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경험을 수십번 거치고 보니,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화 과정'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곳에 온 지 두 달 만에 60점대였던 평균 점수가 90점이 넘은 학생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원생들의 점수가 13점이 올랐습니다. 또한 5분을 한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던 학생이 두 시간을 너끈히 앉아있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이런 때는 정말 보람을 넘어 감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점수가 올랐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해서 그 만큼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손 원장은 강조했다.

손 원장은 또한 자기주도학습관이 가족 간 불화를 해소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공부하라' '하기싫다'는 잔소리에 서로 지친 부모와 학생 간 신뢰감 형성에 학습관이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사회적 인식변화 중요

사실 이러한 자기주도학습법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 돼 있다. 외국의 경우 학교 수업에서 이미 교사가 아닌 학생 주도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국내에서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이버 가정학습, 방과 후 학교 등 형태로 자기주도학습을 유도하지만 활성화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학생 중심의 학습방법이 사회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오랜 시간 '자녀 교육은 부모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부모들의 선입견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손용식 원장은 "단적인 예로 외국에서 이러한 교육 방식을 충분히 경험한 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부모에 비해 자기주도학습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덜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기주도학습의 성패는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믿고 격려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송인섭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는 "자녀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더 좋은 학원을 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에 맞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자세가 부모들에게 필요하다"며 "자기주도학습관은 바로 학생에게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인섭 교수는 이어 "자기주도학습법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향후 포럼이나 학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태석기자 sporti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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