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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구글에 구겨진 'IT 코리아'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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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Google)이 한국에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먼저 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1천만달러(약 96억원) 규모이니 적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3개월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난 6월30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날 정 장관은 미국 실리콘밸리 크라운 프라자호텔에서 야후(Yahoo), 오라클(Oracle),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 등 투자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투자환경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정 장관이 구글을 방문, R&D센터 유치에 대해 MOU(양해각서)를 맺을 것인가,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정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기 이전에 이미 기사화가 됐고 이번 방미가 그것을 결론 맺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몇차례 산자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산자부 A 고위관계자는 "장관의 (구글 방문)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이쯤되면 정 장관과 구글 임원진이 만나 뭔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죠. 일국의 장관이 한 기업체를 그냥 방문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정 장관이 귀국한 뒤 다시 산자부 A씨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습니다. A씨는 "R&D센터 설립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글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까지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언론에 한줄이라도 공개되면 'MOU는 없는 것으로 할 것'이라는 구글의 경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국가의 투자유치가 걸려 있는 문제이니 만큼 기사보다는 국익(?) 차원에서 기사를 거둘 수 밖에요.

오늘 전자신문이 이에 대한 보도를 다시 했습니다. 구글이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직접 한국 인터넷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구글본사에 간접 확인한 결과 "(R&D 설립과 관련)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한국에서 얽히고 설키고 있는 구글로 옮겨가 보겠습니다.

현재 구글과 관련해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곳은 딱 한군데 뿐입니다. 홍보대행사 호프만코리아입니다.

스타타워 한 부스에서 그동안 구글본사의 임무를 맡아 한국 인터넷업계를 만나고 다녔던 임창무 전무는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혹 저 혼자만 연락이 닿지 않는 거라면 저의 부족함입니다.

엠파스가 구글과 CPC(클릭당 광고) 계약 체결을 할 때 구글 담당자였던 김상윤 부장은 구글본사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구글과 관련된 취재를 하기 위해서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홍보대행사인 호프만코리아는 "우리는 단지 구글본사에서 승인되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과 관련된 이슈는 많은데 취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추측성 기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구글효과'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M&A(인수합병)설이 나도는 기업의 경우 '구글이 우리를 인수한다고 했는데'라고 운을 떼면 그 값어치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효과를 말합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실체도 없는 구글'을 두고 모든 인터넷 업계의 관심이 이 곳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너무나 부조리하다'라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구글의 불협화음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구글은 한국에서 책임지고 일을 맡아줄 한국 CEO와 연구소장도 뽑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가칭) CEO로 면접을 본 사람은 어림잡아 100여명이 되는데 말이죠.

100여명이 구글코리아 CEO로 인터뷰를 봤다면 한국인터넷업계에서 이름 꽤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글코리아 CEO 채용에 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명도 간택(?)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구글코리아 CEO 채용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굉장히 까다로운 인터뷰 과정에 조건(학력, 경력 등)도 만만치 않다"며 "구글의 인재채용 원칙을 두고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100여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을 적(敵)으로 만든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구글의 면접과정이나 채용 절차는 한 업체의 규정이겠지만 그 과정이 한국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만 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CEO와 연구소장 채용과 함께 일반직원들에 대한 채용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인터뷰를 위해 미국으로 직접 가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비용은 구글측에서 제공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10여차례에 이르는 면접과 실무과정 등을 거칩니다. 그렇다고 채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꼼꼼하고 철저한 인력 채용을 하는 기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단히 까탈스럽고 한국을 무시하는 관념이 내재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한국적 분노'까지 생깁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자신들의 기술력만 믿고 있는 것 같다"며 "기술력이 한국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 인터넷문화와 한국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기술력만 믿고 덤볐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구글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의 서비스 강점을 두고 "In addition to providing easy access to billions of web pages, Google has many special features to help you to find exactly what you're looking for."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짧은 영어이지만 굳이 번역해 보자면 "수십억 웹페이지를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글(Google)은 여러분이 찾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쯤 되지 않을까요.

구글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 CEO에게 묻고 싶습니다.

"쉽게 찾고 또 특별한 기술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으면 뭐 합니까. 사람을 존중하고 한 나라의 자존심을 인정하고 문화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일 뿐, 사람을 위한 진정한 기술은 아니지 않을까요?"

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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