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이 돈을 거둬 만든 한국IT펀드(KIF)가 벤처캐피털(VC)에 대한 출자로 올 4년째 벤처기업 투자에 나섰다.
올해 벤처캐피털에 건넨 자금은 300억원으로 기존에 비해 미미한 수준. 그러나 본래 출자원금에 대한 수익을 회수하지 않고 추가 투자로 이어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투자조합의 존속기간을 최장 10년으로 길게 잡고, 펀드에 대한 출자비율 또한 70% 이상으로 높게 설정하는 선진적 자금집행 형태도 유지했다.
KT·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4개사가 구성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최근 기보캐피탈과 보광창업투자에 각각 150억원을 출자해 200억원 규모의 펀드 2개를 결성했다고 3일 밝혔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구성된 연합회는 KIF를 만들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천억원 안팎의 규모로 지난해까지 3천억원을 벤처캐피털에 출자했다. 이 자금을 배정받은 벤처캐피털들은 3천850억원 규모로 투자조합을 결성해 설립 초기단계 IT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진통 끝 300억 출자 결정...VC, 돈줄 '목마름' 해소 기여
연합회는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3천억원의 자금집행이 마무리된 지난해 말부터 추가 출자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통신사업자들은 투자수익을 거둬들이는 일만 남겨뒀지만, 정보통신부는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당분간 수익금을 추가로 벤처캐피털에 출자해주길 원했기 때문.
연합회 관계자는 "정통부와 통신사업자들이 수차례 논의 끝에 올해는 물론 오는 2008년까지 KIF 출자로 얻은 이익을 벤처업계에 재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올 신규출자금 300억원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불과 3년만에 벤처투자로 얻은 수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기단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실패 위험도가 높은데다, 이익을 내는데도 5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게 보통. KIF 출자조합이 단기간에 이익을 냈다는 점만으로도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는 게 벤처캐피털 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KIF는 그간 이자수익과 함께 기보캐피탈이 우리ETI에 대한 투자로 70억원 상당의 수익을 안겨주는 등 3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연합회 측은 "기존에 출자를 한 벤처캐피털들로부터 자료를 받아본 바에 따르면 올 적어도 3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추가로 출자하는 자금의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출자조건도 '모범'...만기 최장 10년, 출자비율 75%
KIF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출자 조건도 일반 기관에 비해 선진적인 형태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출자한 2개의 조합은 조합의 존속기간을 7년으로 잡고, 3년 동안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최장 10년까지 조합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자를 받은 초기단계 벤처기업이 성장단계를 거쳐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넉넉하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보통 해외에서 벤처캐피털 투자조합의 존속기간은 10년 이상으로 길게 설정된다. 반면 국내는 보통 5년에 2년 연장의 조건이 적용되고 있어, 투자부터 자금회수까지 너무 촉박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투자기업에 IPO를 강요하거나 무리한 우회상장을 주도한 것도 짧은 만료기간에 맞춰 조합을 해산해야 했기 때문.
KIF는 그간 투자조합에 대한 출자비율도 70% 안팎으로 높게 잡았다. 올해는 200억원짜리 펀드를 결성하는데 150억원을 지원, 출자비율이 75%에 이른다. 이는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출자비율(30~50%)과 비교해서도 크게 높은 수치.
여타 기관이나 기업들을 통해 나머지 조합자금을 확보하기가 여유롭지 않은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KIF의 출자비율이 높다는 게 꽤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
3년간 KIF가 출자한 18개 투자조합은 최근까지 1천800억원 가량을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합이 10년까지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벤처캐피털들이 펀드 결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에 대한 수익실현은 연합회가 출자를 처음 시작한지 5년이 지나는 오는 2008년 무렵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회가 최대한 벤처캐피털의 입장을 고려해 배려를 아끼지 않은 KIF 출자조합이 어떠한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