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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두 얼굴의 로켓, 미사일과 위성발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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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새벽, 북한은 대륙간탄도탄급인 대포동(북한 명은 ‘백두산’) 2호를 비롯해 여러 미사일을 발사해 세계를 경악케 한 바 있다. 지금까지 대포동 2호의 정체를 두고 미사일인지 위성발사체인지 논란이 있다. 과연 대포동 2호는 미사일인가, 위성발사체인가?

사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로켓 추진 장치의 끝 부분에 폭탄을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끝 부분에 인공위성을 싣고 이 위성이 폭탄처럼 지구로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마지막 3단을 추가해 지구 궤도속도에 맞춰 추진시키면 위성발사체가 되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역사에서 로켓은 늘 이 두 사이에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는 러시아(당시 소련)의 세계 최초 대륙간탄도탄 ‘R-7’의 개량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에 맞선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는 미국 최초의 중거리탄도탄 ‘쥬피터C’의 개량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도, 미국 최초의 우주인도 대륙간 탄도탄을 위성발사체로 개량한 로켓으로 우주에 올랐다.

이처럼 냉전시대 미사일은 머리에 폭탄 대신 인공위성과 우주인을 싣고 우주로 발사하면서 자신의 위력을 뽐냈다. 그리고 냉전 시대가 끝나 핵탄두가 폐기되고 미사일의 필요성이 줄어들자 미국과 러시아는 이들을 위성발사체로 재활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여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7월 28일, 우리나라 아리랑 2호는 러시아의 ‘로콧(Rockot)’ 발사체에 실려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이 로콧은 냉전 후 러시아가 상업적 위성발사를 목적으로 원래 군사 무기였던 ‘UR-100N’을 개량한 최초의 발사체이다.

물론 미사일을 그대로 위성발사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 2톤에 달하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량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아리랑 2호를 발사한 로콧은 3단 부분에 로켓을 추가했다. 또 지하에서 로켓이 발사하면 큰 소음이 발생해 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상 발사대를 마련했다. 이렇게 해 로콧은 미사일에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상업적인 위성발사체로 거듭난 것이다. 참고로 미사일은 보안 등의 이유로 보통 지하에 발사대를 두고 발사한다.

재미난 것은 우리나라의 아리랑 2호가 냉전시대 러시아의 대표적인 대륙간 탄도탄에 실려 발사됐다면, 아리랑 1호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륙간탄도탄에 실려 발사됐다는 사실이다. 아리랑 1호의 발사체 ‘토러스’는 냉전시대 미국의 대륙간탄도탄 ‘피스키퍼(Peacekeeper)’를 개량해 만든 것이다. 아마 같은 이름을 가진 위성으로서 미소 냉전시대의 미사일을 개량한 발사체에 연이어 발사된 경우는 아리랑 위성이 처음일 것이다.

이렇게 로켓기술은 군사용 기술이자 곧 우주개발을 위한 기술이다. 로켓을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바로 ‘연료’에 대한 기술이다. 로켓을 움직이는 연료에는 고체 추진제와 액체 추진제가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고체 추진제는 제작하기가 쉽지만, 대형화하는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고체 추진제는 반고체 상태의 연료를 로켓 안에 넣어 장기간 굳히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로켓의 구경이 2~3m 이상으로 커지면 연료를 굳히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반면 액체 추진제는 제작이 어렵지만 대형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높은 지구 궤도, 달, 더 나아가 다른 행성으로 발사할 때는 대부분 대형화가 쉬운 액체 추진제 로켓을 사용한다. 일본의 경우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체 추진제 로켓으로 실험위성을 발사했지만, 더욱 무겁고 높은 궤도에 발사해야하는 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은 미국의 기술을 사들여 발전시킨 액체 추진제 로켓을 이용하고 있다.

또 고체 추진제는 점화가 빠르고 바로 발사가 가능해 쉽게 무기화할 수 있는데 반해 액체 추진제는 발사까지 과정이 매우 길어 상대적으로 무기화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1990년대 우주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미국과의 협약에 의해 300km 이상을 비행하는 고체 추진제 개발이 제한됐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리나라는 액체 추진제 로켓기술에 매진했고, 5여년의 연구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 추진제 로켓인 KSR-3을 2002년 11월 28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위성 발사체 KSLV-1호를 단기간에 개발하기 위해 아리랑 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흐루니체프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흐루니체프사는 순수 위성 발사만을 목적으로 한 차세대 발사체 앙가라(Angara)를 개발 중인데, 이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앙가라의 1단을 KSLV-1호에서는 그대로 사용하고 고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2단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가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열심히 건설 중인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완공되고 그곳에서 KSLV-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4번째로 스페이스스쿨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이러니하게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내년 하반기 우리나라는 대륙간탄도탄급의 로켓을 가진 나라가 된다. (글 :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 *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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