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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상생회의 또 '말잔치'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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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3차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말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이뉴스24가 18일 입수한 산업자원부의 지난해 12월22일 2차 회의 보고 문건을 보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 현황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이란 이 보고서는 "주요그룹의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상생협력 의지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상생경영'을 모토로 선언하고 각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 상생협력의 성공을 위해 '중소기업 스스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응답이 지난해 7월 27.6%에서 12월엔 35.8%로 높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상생은 '중소기업의 자체 역량 강화에 달려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들어 드러났듯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수백개 협력업체에 대한 일괄 납품단가 인하요구나,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단가인하 요구 사례는 대기업의 상생협력 의지를 의심케 하는 증거다.

모 주요그룹 임원은 최근 기자에게 "우리 그룹은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한 부서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는 말을 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의 정보기술(IT) 부품·장비업체들이 끊임없이 "대기업들이 기술을 빼가 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영업이익률까지 관리하고 나선다"고 고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상생의 대안으로 요구하는 것도 맞지 않는 일이란 지적이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을 제정해 상생 협력의 제도화 기반이 마련됐다는 보고서의 내용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상생촉진법은 물론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 등 유사 법률들은 대기업의 기술·영업비밀 제출 금지, 서면교부 및 서류보존 의무화, 불평등 계약 및 이면조약 금지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성과공유제 확산 ▲대기업 휴면특허 중소기업 이전 ▲대기업 전문인력 중소기업 지원 ▲수급기업투자펀드 조성 등을 통해 상생 협력과 관련한 핵심 추진과제의 성공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은 "대기업이 쓸모없이 방치해두고 있던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일을 핵심 추진과제로 설정한 것이나, 상생에 앞서 근절돼야 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12월 297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생경영의 지속 여부에 대해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응답이 55.3%에 이르렀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런데도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상생경영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상생협력 노력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평을 담아놓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2차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상생 협력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쌍방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30대 그룹사들은 자금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선물 보따리'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최근 출범한 대·중소기업상생협회는 이번 3차 회의에 참가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보고하고, 상생협력 정책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던지기 위해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 측에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관련 부처 담당자는 "협회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고, 아직 다수의 회원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가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참석자 없이, 다시금 잘 포장된 보고서와 함께 재계와 정부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자리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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