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여러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다중 작용제'로 확대되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살을 빼는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줄이고, 줄인 체중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학회 '타이즈 유럽'에서 4중 작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G32/SCO-940'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일본 스코히아 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이 후보물질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글루카곤, 식욕과 위 배출 속도를 조절하는 아밀린 등 네 가지 호르몬 경로에 동시에 작용한다. 공개된 개발 사례 가운데 이 네 가지 경로를 한 물질로 겨냥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비만을 유도한 쥐에게 CT-G32와 일라이 릴리의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같은 용량으로 각각 투여한 결과, CT-G32 투여군의 체중이 더 많이 줄었다. 전체 감량분에서 근육 등을 포함한 제지방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셀트리온은 내년 2월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하고 이르면 2분기 첫 투약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한미약품의 '에페'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단일 작용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셀트리온이 작용 표적을 네 가지로 늘린 것은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는 환자마다 감량 효과가 다르고, 체중이 줄면서 지방과 함께 근육도 감소할 수 있다. 작용 표적을 늘려 한 약에 서로 다른 효과를 더하면 식욕을 억제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늘려 감량 효과를 높이거나,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뿐 아니라 국내외 제약사들도 다중 작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에 작용하는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의 비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도 같은 세 가지 수용체에 작용하는 3중 작용제 '잔트루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면서 근육 손실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 비만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시험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원제약도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4중 작용제 'DW-4321'을 개발하고 있다. GLP-1·GIP·글루카곤에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인 가스트린을 더한 후보물질이다.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대원제약은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이 후보물질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은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서 근육을 얼마나 지키고 줄인 체중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여러 표적에 작용하도록 설계한 약이 환자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임상에서 보여주고, 부작용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