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광양시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각종 사업비를 줄이는 긴축재정에 나선 가운데, 광양시의회 의원 14명에게 각각 1억 원 규모의 지역현안사업비를 사실상 배분하기 위한 사전 협의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광양시가 2027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12월 시의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져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6일 본지는 광양시의회 의원별 1억 원 규모 민원사업비 취합 의혹에 대해 광양시의회 의장 및 광양시 예산부서 관계자와 통화를 진행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의원별 1억 원의 사업비 배정이 확정됐거나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구체적인 배분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정난 호소하는 광양시, 의원별 1억 원은 별개인가
광양시는 재정 여건 악화로 각종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의원 14명에게 각각 1억 원씩, 총 14억 원 규모의 지역현안사업비가 거론되는 것은 광양시민들의 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시의원들이 지역구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을 건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다.
그러나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민 관련 사업에는 긴축의 잣대를 적용하면서 의원별로 일정 규모의 사업비를 사실상 확보해 주는 방식이라면 예산 편성의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의원별로 동일한 금액을 기준으로 사업을 취합하거나 예산 반영을 사전에 조율했다면 사업의 시급성과 공공성보다 의원들의 지역구별 몫을 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예산 조정 시점에 불거진 의혹…집행부·의회 '이심전심'이었나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예산 편성 시기다.
현재 광양시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조정 단계에 있으며, 시의회는 오는 12월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의원별 1억 원 규모의 지역현안사업비 취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집행부와 의회가 사전에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관련 사업을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원별 사업비 규모가 동일하게 거론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별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일정한 기준이나 협의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사전 조율이 사실이라면 예산 편성권을 가진 집행부와 예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의회 사이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이 적정한지 감시하고 심의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의원별 사업비가 사전에 협의되는 구조라면 의원들이 자신이 건의한 사업이 포함된 예산안을 심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방의회의 본래 기능인 예산 감시와 견제라는 측면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시의회 측 "지역구 민원 전달"…실제 사업비 취합 여부가 관건
광양시의회 의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의원별 사업비 배분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으며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을 집행부에 전달하는 것은 의원들의 통상적인 의정활동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사업 추진 여부는 관련 부서가 필요성과 시급성을 판단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 의원별 1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거론된 배경과 실제 취합 여부에 대한 의문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역현안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의원별 사업 건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사업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 취합됐고 집행부가 어떠한 기준으로 예산 반영 여부를 검토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의 정상적인 주민 민원 전달과 의원별 정액 사업비 배분은 분명히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 예산은 긴축하면서 의원 사업비는 사전 조율?
광양시가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와 의회 모두 예산 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들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축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에서 의원별로 일정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하는 관행이 존재한다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재정이 어려울수록 예산은 지역구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시민 전체의 편익과 사업의 시급성에 따라 배분돼야 한다.
이번 의혹은 단순히 14억 원이라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광양시의 재정 운영 원칙과 집행부·의회 간 견제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다.
광양시와 시의회, 의혹 해소 위한 자료 공개 필요
이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광양시와 시의회가 의원별 지역현안사업 건의 내역과 예산 반영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의원별 1억 원이라는 기준이 실제 존재했는지, 누가 사업 건의를 요청했는지,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해당 사업들이 내년도 본예산에 얼마나 반영될 예정인지, 재정난을 이유로 보류하거나 감액한 다른 사업들과 비교해 우선순위가 적절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광양시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해 의원별 사업비를 사전에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시민들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시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의원들에게는 별도의 예산 몫을 인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광양시와 시의회가 이번 의혹에 대해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오는 12월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민 중심의 예산 원칙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