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준호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전 무안청사가 불과 두 달 동안 30억 원이 넘는 홍보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산 운용의 적정성과 행정 홍보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행정통합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특정 시기에 홍보예산이 집중 집행된 가운데, 정책 홍보와 단체장 홍보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과 지출 근거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5일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행정소방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숙희 의원(더불어민주당·북구1)은 광주청사 대변인실과 무안·동부청사 홍보담당관의 예산 집행 실태를 집중 점검하며 선거를 앞둔 홍보비 집중 집행의 배경과 필요성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안청사는 올해 1월 16억 5,800만 원, 3월 13억 5,100만 원 등 두 달 동안 총 30억 900만 원의 홍보비를 집행했다.
동부청사 역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4억 3,010만 원을 집행했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월 홍보비 집행액이 없었던 것과 달리 올해 1월에는 1억 67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청사도 올해 1월 약 5억 원의 홍보비를 집행해 2023년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광주·무안·동부청사에서 선거를 앞둔 시기에 홍보비 집행이 두드러지면서 단순한 정책 홍보 수요 증가인지, 예산 집행 시기와 규모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특정 시기에 홍보비가 집중됐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나 부적정 집행을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정책 홍보와 단체장 홍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지난 1월 2일 행정통합 선언과 3월 1일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해 예년보다 집행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기간의 세부 집행 내역을 별도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보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개별 예산 집행의 적정성 검증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집행 목적과 규모, 시기별 지출 근거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홍보비 집중 집행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자료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의회 지적에 해명·반박자료 104건…정책 비판에 대한 대응 방식 논란
홍보비 집행 문제와 함께 의회의 정책적 문제 제기에 집행부가 해명·반박자료를 배포하는 관행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광주청사 대변인실의 해명자료는 84건, 무안청사 홍보담당관의 설명·해명자료는 20건으로 모두 104건에 달했다.
이 의원은 의회의 정책적 지적에 집행부가 일률적으로 반박자료를 배포할 경우 의원들의 문제 제기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기관의 사실관계 정정은 필요하지만 정책적 이견이나 행정개선 요구까지 단순한 반박 대상으로 취급할 경우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이 의원은 사실관계 정정과 정책적 이견, 행정개선 계획을 구분하고 의회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관리대장을 마련해 실제 개선 결과까지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박선준 의원(더불어민주당·고흥2)도 과거 광주 대변인실의 해명자료 상당수가 시의원의 활동이나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하며 통합 이후 언론 대응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미경 대변인은 사실과 다른 보도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만 특정 정치인 개인을 겨냥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번 논란은 행정기관의 정당한 해명과 정치적 대응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드러냈다. 특히 의회의 정책 비판에 대한 대응이 실제 행정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대변인 중심 언론 대응체계도 쟁점…취재 접근성 위축 우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대변인 중심으로 언론 대응을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박문옥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3)은 개별 실국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현안까지 대변인이 맡게 되면 언론 취재 과정에 불필요한 절차가 발생하고 자칫 언론 통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공공기관 통합 관련 발표를 사례로 들며 의회 협의 상황과 정책 추진 단계가 정확하게 전달됐는지도 따져 물었다.
이에 배 대변인은 해당 발표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협의 진행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변인 중심의 언론 대응체계가 검열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논란은 행정기관의 일관된 정책 설명이라는 필요성과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접근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된다.
대변인 중심의 소통체계가 정책 전달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개별 부서의 설명 기능까지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정보 접근성과 행정 투명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 홍보예산 투명성·의회 존중·언론 소통…통합특별시 행정 책임성 시험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는 홍보비 집중 집행의 적정성, 의회 지적에 대한 집행부의 대응 방식, 대변인 중심 언론 대응체계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각각 다른 사안이지만 행정기관의 홍보 권한과 예산 집행, 정보 전달 과정에 객관적인 기준과 책임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무안청사가 두 달 동안 집행한 30억 900만 원의 홍보비는 행정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지출인지, 실제 홍보 목적과 집행 규모가 적정했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행부가 제출하겠다고 밝힌 세부 집행 내역은 홍보비 집중 집행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할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회의 정책적 문제 제기에 대한 집행부의 대응 역시 단순한 해명이나 반박에 그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과 제도 개선,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관리체계가 요구된다.
결국 이번 감사의 핵심은 홍보비 집행 규모 자체보다 그 지출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한지, 행정기관의 홍보와 언론 대응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있다.
선거를 앞둔 홍보비 집중 집행 논란이 단순한 공방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예산 검증과 행정 책임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윤준호 기자(aa100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