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자니 집값 자극⋯재초환 폐지 요구에 정부 '딜레마'

공급 늘리자니 집값 자극⋯재초환 폐지 요구에 정부 '딜레마'

정비사업 용적률 120% 추진…재초환 손질은 제외
서초구·82개 조합 폐지 요구…반포현대 부과 예고
서울 46곳 재초환 2조1690억…재건축 사업성 변수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도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해야 하지만 제도를 완화하면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가 커져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논의에서 재초환이 제외된 가운데 실제 부담금 부과 절차에 나선 서울 서초구마저 폐지를 건의하면서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 사이에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당정협의에서 정비사업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기로 했지만 재초환 개편은 안건에서 제외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에서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으면 구간에 따라 10~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한다. 개발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여당은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23만4000가구의 정상 착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이 용적률 완화 등 사업성 개선에는 속도를 내면서도 개발이익 환수 문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재초환을 완화하면 조합원의 수익성이 높아져 사업 추진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 사업 현장에서는 재초환 폐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일 국토부에 재초환 폐지 건의문과 주민 탄원서를 전달했다. 전국 82개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의 제도 개선 요구도 함께 제출했다. 부담금이 조합원의 사업 참여 의지를 떨어뜨려 공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게 서초구의 주장이다.

서초구는 재초환 부담금이 곧 부과된다는 점에서 이번 건의가 주목된다. 서초구는 2021년 준공된 반포현대 재건축 단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에 오는 9일 부담금 예정액을 사전통지하고 50일간 이의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실제 부과 여부와 금액이 결정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약 2억2000만원으로 조정 과정에서 1억원 초반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담금 부과 시점을 놓고 국토부와 서초구의 법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서초구는 부담금 징수권의 소멸시효를 고려해 연말까지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개정법의 특례규정에 따라 2029년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초구가 폐지를 요구하면서도 부과 절차를 진행하는 배경이다.

재초환 부담은 일부 단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8월 기준 서울의 부과 예상 대상은 46개 단지, 조합원 1만7816명으로 예정 부담금은 모두 2조169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5개 단지가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돼 있다. 실제 부과가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향후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상당한 규모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비업계는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재초환까지 더해지면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용적률이 높아져 일반분양 수입이 늘더라도 재초환 부담과 향후 납부액의 불확실성이 남으면 사업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향후 부담금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조합원 간 사업 추진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실제 공급 확대 효과는 조합의 사업 결정과 인허가, 착공을 거쳐야 나타난다.

반대로 재초환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재건축 단지의 기대이익이 커져 집값이 먼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는 단기간에 기존 주택가격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늘어나는 공급 효과보다 개발이익 확대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는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실제 착공을 앞당길 방안과 개발이익 환수·시장 안정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초환을 유지하면 사업 지연 우려가 남고, 폐지하면 개발이익 환수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 재초환에 따른 조합원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줄일지, 완화할 경우 집값 자극 우려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정책 선택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이 실제 부과되면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부담금 문제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고, 결국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