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국립순천대학교의 의과대학 신설 선정이 전남 동부권 의료체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여수·순천·광양 3개 도시를 아우르는 대학병원 설립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여수시가 율촌 권역 대학병원 설립과 권역외상센터 설치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면서, 향후 대학병원 입지 선정과 광역 의료체계 구축 방향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율촌 권역은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의 주요 산업시설을 연결하는 지리적 특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최근 주변 지역의 주거개발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산업과 주거, 의료기능을 연계할 수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대학병원 입지는 단순한 지역개발 논리를 넘어 중증응급환자의 이송시간과 의료수요, 교통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의대 신설 환영한 여수시… 대학병원 설립까지 이어져야
여수시는 지난 4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선정을 환영하며, 전남 동부권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학병원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는 이번 선정을 지역사회의 오랜 염원과 광역 협력이 이뤄낸 뜻깊은 성과로 평가했다.
그동안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부권 상생협의회 등을 통해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 필수·응급의료 기반 확충을 공동 건의해 온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의료체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과대학 신설은 의료인력 양성의 출발점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병원 설립과 전문 의료인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산업과 생활권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대학병원이 특정 도시만을 위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동부권 전체 주민이 이용하는 광역 의료거점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 여수국가산단·광양제철소 등 산업시설 밀집… 중증응급의료 확충 절실
전남 동부권은 국내 대표적인 산업 집적지역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석유화학 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광양에는 철강과 항만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산업현장에서는 화재와 폭발, 화학물질 누출, 추락 등 각종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중증외상과 화상 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체계가 중요하다.
특히 중증응급환자는 사고 발생 이후 적절한 치료를 얼마나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지가 생존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동부권 대학병원은 일반적인 진료 기능을 넘어 중증외상과 화상치료, 응급수술 및 중환자 집중치료가 가능한 전문 의료시설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여수시가 대학병원 내 권역외상센터 설치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지역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권역외상센터 설치는 전문 의료인력과 시설 확보, 관계 기관의 지정 절차 등이 필요한 만큼 대학병원 건립계획 수립 단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 율촌 권역, 산업·주거·의료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축 기대
여수시가 대학병원 입지로 율촌 권역을 제안한 배경에는 여수·순천·광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접근성과 산업단지 의료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율촌 권역은 세 도시의 산업·생활권이 연결되는 지역으로, 여수국가산단과 율촌산단, 광양의 주요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중증응급환자의 이송체계를 광역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율촌면 일대에서 추진되는 주거개발사업도 향후 의료수요와 정주 여건을 살펴볼 때 주목할 부분이다.
율촌면 산수리 일대에서는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조화리 일대에서도 448세대 규모의 민간임대아파트가 건축승인을 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거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율촌 권역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생활인구와 의료서비스 수요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주거 수요와 인근 도시의 생활권이 연결되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율촌 권역은 산업시설과 주거단지, 의료시설이 연계되는 새로운 생활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대학병원 설립은 단순히 대규모 의료시설 하나를 건립하는 사업이 아니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교통·생활 기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장기적인 지역발전 과제다.
따라서 율촌 권역의 산업단지 접근성과 함께 산수리 택지개발, 조화리 민간임대아파트 건립 등 주변 개발계획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대학병원 입지는 이러한 개발계획만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실제 응급환자 이송시간과 의료수요, 교통 접근성, 부지 확보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 섬 지역 응급의료 개선도 시급… 닥터헬기 연계체계 필요
여수지역은 대규모 산업단지와 함께 다수의 유인도를 포함한 해양도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서지역은 응급환자 발생 시 해상교통과 기상 상황에 따라 육지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심근경색과 뇌졸중, 중증외상 등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이송시간 단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수시는 대학병원 설립과 함께 닥터헬기 등을 활용한 섬 지역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병원과 119구급체계, 해경 및 도서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응급의료 협력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환자 이송 과정에서부터 상태를 공유하고 병원 도착 즉시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섬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순천대 의학교육 중심 역할… 3개 도시 공동 의료체계 구축해야
국립순천대 의대 신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학교육과 대학병원 운영,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순천대학교는 의학교육과 의료인력 양성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대학병원은 동부권 주민의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여수·순천·광양의 기존 의료기관과 대학병원 사이에 환자 의뢰·회송체계를 구축해 지역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병원 설립 과정에서 지역 간 입지 경쟁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의료시설의 입지는 행정구역이나 지역 간 이해관계보다는 주민들의 실제 의료 접근성과 중증환자 치료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순천·광양이 공동으로 의료수요와 교통 접근성 등을 분석하고, 대학과 정부 및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설립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대학병원 설립, 동부권 균형발전과 정주 여건 개선의 전환점
대학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의 정주 여건과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인력 양성과 전문인력 유입, 의료 관련 연구와 산업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석유화학과 철강, 항만물류 등 국가 기간산업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산업보건과 응급의료, 재활의학 분야의 특성화도 검토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 산업재해 환자의 재활, 근로자 건강관리 등을 대학병원의 연구·진료 기능과 연계한다면 동부권만의 차별화된 의료체계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율촌 권역을 비롯한 주변 지역의 주거개발과 생활 기반 확충이 함께 이뤄질 경우 의료와 산업, 주거가 연계되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 확보와 전문 의료인력 수급, 지속 가능한 병원 운영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 의대 유치 성과 넘어 실행계획 마련할 때
서영학 여수시장은 “지역이 한뜻으로 힘을 모아 이룬 성과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 기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율촌 권역에 대학병원이 설립돼 산단 근로자와 섬 주민을 비롯한 동부권 주민 모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순천대 의대 신설은 전남 동부권의 오랜 의료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설립과 대학병원 건립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함께 추진해야 할 지역 의료체계 개선사업이다.
앞으로 대학병원 입지 선정과 건립 재원 확보, 전문 의료인력 양성, 권역외상센터 설치, 도서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대학병원 설립을 지역 간 경쟁의 대상으로 접근하기보다 동부권 주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동 의료자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립순천대 의대 신설의 진정한 성과는 의과대학 설립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부권 주민들이 위급한 순간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제 전남 동부권은 의대 신설이라는 성과를 대학병원 설립과 필수의료 확충으로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