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K뷰티 양강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수익성이 나란히 개선됐다. 다만 실적 개선의 내용은 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 화장품 사업이 함께 성장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렸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부문이 적자를 이어갔지만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전사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신흥 강자인 에이피알(APR)은 해외 화장품 판매를 앞세워 두 회사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는 기존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한층 뚜렷해졌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사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295억원, 영업이익은 11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1%, 2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연결 매출은 1조5774억원으로 0.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04억원으로 52.4%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아모레퍼시픽이 10.2%, LG생활건강이 4.5%다. 전년 동기보다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사업별 흐름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국내 매출은 6205억원으로 1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42% 늘었다.
설화수와 에스트라, 일리윤 등 주요 브랜드의 판매가 늘었고 이커머스와 멀티브랜드숍(MBS), 면세 채널도 성장했다. 특히 방한 외국인 증가에 힘입어 면세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해외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은 4955억원으로 12.4%, 영업이익은 485억원으로 14%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에스트라와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 판매가 확대됐다. 미국에서 에스트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0% 이상, 이니스프리는 50% 이상 증가했다.
다만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향후 성장을 위한 디지털 투자가 확대되면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전사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화장품 사업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뷰티 부문 매출은 66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0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486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을 377억원 줄였다. 뷰티 사업의 적자 축소가 전사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준 셈이다.
대표 럭셔리 브랜드 '더후'가 면세 채널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도 손익 개선에 기여했다. 그러나 해외 사업의 부진은 부담으로 남았다.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1% 감소했다. 회사는 중국 온라인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용품을 포함한 중국 전체 사업 기준이다.
비화장품 부문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코카콜라 등을 판매하는 리프레시먼트 부문은 매출 4974억원과 영업이익 5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1%, 19.9% 감소했다.
음료 소비 둔화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판촉 경쟁 심화가 함께 작용했다. 매출 감소 폭보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던 만큼 원가와 경쟁 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생활용품 사업인 홈케어앤데일리뷰티 부문의 매출은 4192억원으로 3.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3.1% 감소했다.
세탁세제 '피지 모락셀라' 등 주력 브랜드 육성을 위한 마케팅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다. 생활용품은 성장 투자를 위해 비용이 늘어난 반면 음료는 소비 둔화와 원가 상승을 동시에 겪었다는 점에서 이익 감소의 배경도 달랐다.

이런 가운데 K-뷰티 신흥 강자 APR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APR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731억원, 영업이익은 16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0.3%, 68.9% 증가했다. 영업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아모레퍼시픽의 1152억원과 LG생활건강의 704억원을 모두 넘어섰다.
APR의 영업이익률은 20.8%로 두 회사보다 높았다. 다만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세 회사의 브랜드·제품·지역별 구성이 다른 만큼 영업이익과 이익률을 동일한 조건의 경쟁력 지표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APR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해외 화장품 사업이다. 3분기 해외 매출은 722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94%를 차지했다. 북미와 유럽의 합산 매출 비중도 지난해 3분기 47%에서 올해 69%로 높아졌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를 앞세워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고객 접점을 넓힌 결과다.
사업 구조도 뷰티 디바이스에서 화장품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3분기 화장품 매출은 68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0.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3%다.
반면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847억원으로 17.9%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0%로 낮아졌다. 디바이스 판매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뒤 반복 구매가 가능한 화장품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구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기존 럭셔리 브랜드에 더마와 헤어케어 브랜드를 더해 해외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사업의 흑자 전환과 함께 음료·생활용품 부문의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
반면 APR은 빠르게 성장한 해외 매출을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 시장의 성장세가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기존 업체에는 그동안 축적한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브랜드와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