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수출량 제자리인데 수출액 67%↑…고단가가 만든 호실적

휘발유 수출량 제자리인데 수출액 67%↑…고단가가 만든 호실적

9월 수출량 0.5% 증가할 때 수출 단가는 66.1% 상승
중동발 공급 차질로 국제 제품가격 급등
수출 빗장에 물량은 제자리⋯업계 "국제 석유제품 수급 빡빡"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정부가 휘발유 수출 물량을 전년 수준으로 제한한 가운데 수출액은 1년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량은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국제 석유제품 공급 부족으로 배럴당 수출 단가가 크게 오른 결과다.

다만 높은 수출 단가가 정유사의 실제 이익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유 도입가격과 운임, 정제마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휘발유는 수출 물량을 늘려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쓰오일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4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페트로넷)에 따르면 9월 휘발유 수출량은 906만7000배럴로 1년 전(902만4000배럴)보다 0.5%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7억4621만달러(약 1조28억원)에서 12억4523만달러(약 1조6733억원)로 66.9% 증가했다.

수출액을 수출량으로 나눈 배럴당 단가는 82.69달러에서 137.34달러로 66.1% 상승했다. 수출량 변화가 거의 없었던 만큼 수출액 증가분 대부분이 가격 상승에서 발생한 셈이다.

월별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2월 1000만배럴을 웃돌았던 휘발유 수출량은 3~6월 614만~690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8월 915만7000배럴, 9월 906만7000배럴로 회복됐다.

수출액은 8월 10억6114만달러에 이어 9월 12억4523만달러로 늘며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3월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 물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국내보다 높을 때 정유사가 내수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HD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사진=HD현대오일뱅크]

국내 생산과 출하는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 광업제조업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휘발유 생산량은 273만5692㎘로 전년 동월보다 0.3% 줄었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체의 국내 출하량은 139만6328㎘로 10.4% 감소했다. 다만 이를 국내 소비가 같은 폭으로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산업통상부 집계에서는 9월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3% 증가했다. 제조업체의 출하와 주유소 판매 사이에는 유통단계 재고와 집계 시점 등이 반영되는 만큼 두 통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공급가격에는 상한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휘발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784원으로 유지했다. 지난 6월27일 정한 7차 최고가격 이후 네 차례 연속 같은 수준이다.

수출 단가 상승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전쟁 이후 발생한 국제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쟁으로 정제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국가가 늘면서 국제 석유제품 수급이 빠듯해졌다"며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 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유사 실적 개선…수출 단가만으로 설명은 어려워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에쓰오일 1조4067억원, SK이노베이션 3조7043억원, HD현대오일뱅크 90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7~6.1배 수준으로 늘었다.

높아진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각 사의 연결 실적에는 윤활유와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등 다른 사업의 손익도 포함돼 있다.

수출 단가 역시 정유사가 확보한 실제 마진과는 다르다. 수출 단가는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 제품별 비중, 재고평가 효과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석유 1공장 중질유분해(HOU) 시설의 수소 제조 공정. [사진=SK에너지]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 단가가 크게 올라 수출 여건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원유 가격과 운임이 함께 오르면 실제 마진은 줄어들 수 있어 수출 단가만으로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유만 수출 한도 완화…휘발유는 기존 기준 유지

4분기에는 유종별 수출 여건이 엇갈릴 전망이다.

정부는 11월 수출 물량부터 경유의 수출 한도를 전년 동월 대비 110%까지 조건부로 확대했다. 정유사가 국내 공급 의무를 이행하고 적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한 경우에만 추가 수출을 허용한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주유하려는 차량이 저렴한 가격의 주유소에 몰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유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소비가 줄면서 재고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반면 휘발유는 경유보다 소비 감소 폭이 작고, 등유는 겨울철 수요에 대비해야 해 기존 수출 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유사의 비용 부담도 변수다. 최근 복합 정제마진이 고점에서 하락하는 가운데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가 오르면 제품가격이 높더라도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휘발유는 국제 제품가격이 하락해도 단기간에 수출 물량을 늘려 매출 감소를 보완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앞으로 국제 가격 흐름과 함께 정부가 휘발유 수출 제한을 유지할지가 정유업계 실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