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미의 내 몸에 맞는 음식 궁합] ① 잘 먹는데도 늘 피곤하다면, 몸의 신호를 읽어라

[김명미의 내 몸에 맞는 음식 궁합] ① 잘 먹는데도 늘 피곤하다면, 몸의 신호를 읽어라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어도 몸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영양학과 한방건강학을 연구해 온 김명미 영양플러스약선연구소 소장이 현대 영양학과 동양 약선의 지혜를 바탕으로 일상 속 건강 고민을 풀어낸다. '내 몸에 맞는 음식 궁합'을 통해 음식의 성질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살피고, 건강한 밥상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편집자]

김명미 영양플러스약선연구소 소장. [사진=김명미 소장 제공]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강의가 끝나면 종종 강의실 앞에 작은 줄이 만들어진다. 강의 시간에는 미처 묻지 못했던 건강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놓기 위해서다. 자료를 정리하며 뒷정리를 하는 동안에도 수강생 몇 분이 차례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중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아침마다 영양제도 챙겨 먹고 몸에 좋다는 음식도 골라 먹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건강을 위해 나름대로 식생활을 관리하고 있는데도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호소다. 아침이면 잊지 않고 영양제를 챙기고, 끼니마다 건강식이라는 음식을 찾지만 몸은 기대만큼 가볍지 않다. 충분히 잤다고 느껴도 아침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커피 한 잔으로 간신히 하루를 시작해도 오후만 되면 기운이 바닥나곤 한다.

건강 식생활 강의를 마친 뒤 수강생들이 평소 궁금했던 건강과 음식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김명미 소장 제공]

이런 고민은 강의 현장에서 결코 낯설지 않다. 피곤함이 계속되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기운을 북돋아 줄 보양식이나 새로운 영양제를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것을 더 챙겨 먹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는데도, 왜 나의 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까?"

한의학에서는 음식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 앞서 몸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핀다. 기운이 부족한지, 혈이 부족한지, 혹은 기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지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특히 피로를 다룰 때는 '기허(氣虛)'와 '혈허(血虛)'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본다. 이 중 기허는 몸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운이 모자란 상태다. 쉽게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조금만 움직여도 맥이 풀리거나 말하기조차 귀찮아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반면 혈허는 몸을 자양하는 혈이 부족하다고 보는 상태로, 어지러움이나 안색의 변화, 가슴 두근거림, 수면의 불편함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기허와 혈허는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에너지 부족이나 빈혈 진단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며, 몇 가지 증상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와 혈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바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비위(脾胃)'에 답이 있다. 전통 의학에서 비위는 기와 혈을 만들어 내는 근원이라 하여 '기혈생화지원(氣血生化之源)'이라 불렸다. 음식물에서 흡수한 영양과 수분을 몸에 유용한 형태로 바꾸고 온몸으로 널리 퍼뜨리는 '비주운화(脾主運化)'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비(脾)'는 현대 해부학의 비장에 국한되지 않고, 소화와 영양 대사를 총괄하는 기능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은 건강한 식생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준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 못지않게, 그 음식을 수용할 수 있는 내 몸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기운이 떨어진다고 해서 아침부터 기름진 고단백 보양식을 먹거나, 몸에 좋다는 식재료를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비위에 과부하를 주고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핵심은 '무엇을 얼마나 더 먹을까'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리법과 양'을 먼저 살피는 데 있다.

이처럼 내 몸에 맞는 조리법과 양을 살피고, 약선의 기본 원리인 '기미론(氣味論)'을 더하면 음식과 몸의 관계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기미론은 식재료가 지닌 차고 따뜻한 성질과 맛의 특성을 살펴, 내 몸의 상태에 맞게 활용하는 전통 식치(食治) 이론이다.

약선에서는 식재료 본연의 성질뿐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차가운 성질로 분류되거나 생으로 먹기에 질긴 채소가 부담스럽다면 살짝 데치거나 쪄서 먹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가열하면 채소의 조직이 부드러워져 먹기 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타민은 감소할 수 있지만, 조리법에 따라 특정 영양성분의 체내 이용률이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아침 식사는 특별한 보양식보다 개인의 소화 상태와 영양 균형을 고려해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김명미 소장 제공]

물론 조리한다고 모든 식재료의 차고 따뜻한 성질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식재료의 고유한 성질과 조리법, 먹는 사람의 몸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약선의 지혜다.

이처럼 몸과 음식을 함께 살피는 전통의 지혜는 현대 영양학의 관점과도 긴밀하게 통한다.

현대 영양학 역시 피로를 다룰 때 식사의 균형과 영양소의 조화를 핵심으로 본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고,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을 통해 신체 기능을 정교하게 유지한다. 따라서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철분, 비타민 B12 등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면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지기 쉽다.

다만 만성 피로의 원인이 영양 부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면의 질, 스트레스,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활기찬 하루를 여는 바쁜 아침, 우리는 어떤 밥상을 차려야 할까? 거창하고 특별한 보양식을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부드럽게 쪄낸 단호박에 살짝 익힌 브로콜리와 토마토를 곁들이고, 달걀과 적당량의 견과류, 블루베리를 더해보자.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 오롯이 어우러져 비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훌륭한 아침 식단이 완성된다.

물론 이 식단이 누구에게나 일률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개인의 활동량과 소화 능력에 따라 에너지나 단백질 섭취가 다소 부족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에 맞춰 밥이나 곡류, 단백질 식품의 양을 조절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소화가 다소 불편하다면 식재료의 양을 줄이거나 부드러운 조리법으로 바꾸는 것 역시 지혜로운 방법이다.

식사를 마친 뒤 내 몸이 보내는 미세한 반응을 살펴보는 습관도 중요하다.

건강식과 보양식, 영양제를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음식을 균형 있게 선택하는 일이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와 함께 속이 편안한지, 오전 내내 허기가 심하지는 않은지, 혹은 식후에 유난히 나른하고 무겁지는 않은지 가만히 돌아보자. 이러한 느낌만으로 몸의 모든 상태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나의 식사 습관과 소화력을 점검하는 나만의 소중한 기준이 되어준다.

우리는 흔히 피곤함이 찾아오면 '무엇을 더 챙겨 먹어야 할까'부터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몸에 무언가를 더 채워 넣기에 앞서, 지금 내 몸이 그것을 받아들일 상태인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밥상은 멀리 있거나 화려한 보양식과 비싼 영양제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고, 소화 상태와 생활 습관을 함께 돌아보는 작고 세심한 실천에서 비롯된다.

오늘, 나의 식탁을 조용히 한 번 돌아보자.

"나는 지금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좇고 있는가, 아니면 온전히 내 몸에 필요한 음식을 먹고 있는가?"

어쩌면 건강한 식생활로 향하는 진짜 첫걸음은, 이 소박하지만 묵직한 질문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김명미 영양플러스약선연구소 소장은 '당신은 지금 잘못 먹고 있다'의 저자로, 식품영양학과 한방건강학을 전공하고 자연건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영양사 면허와 약선식이지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영양학과 한의학의 식치 원리를 접목한 약선 식이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 보건소, 교육청, 복지관 등에서 건강 식생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