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만든 전기차도 세액공제해야"…여야, 정부안 수정 촉구

"국내서 만든 전기차도 세액공제해야"…여야, 정부안 수정 촉구

11월 조세소위서 전기차 포함 여부 논의 전망
국산·중국산 점유율 격차 19.8%p→5.2%p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에는 세제 혜택을 주면서 완성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안을 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국내 판매가 빠르게 늘고 주요국이 자국 내 생산에 관세·보조금·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공장의 생산 물량을 지키려면 전기차도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달 세법개정안 심사에서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전략품목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생산 실적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뿐 아니라 실제 국내 생산 활동을 지원해 산업 공동화와 공급망 해외 이전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태양광·풍력발전,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 부품 등 6개 분야가 지원 대상으로 담겼다.

전기차 완성차는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완성품보다 이차전지와 고성능 양극재 등 핵심 부품·소재를 지원해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배터리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 기반까지 지킬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산,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40% 넘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중국산 승용 전기차는 11만2417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1535대)의 2.2배다.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35.1%에서 43.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산 점유율은 54.9%에서 48.7%로 떨어져 과반을 밑돌았다.

국회가 주목한 대목은 내수 점유율 변화가 향후 완성차 업체의 생산·투자 결정에 미칠 영향이다. 국내 공장은 내수 시장에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신규 생산 물량을 놓고 현지 생산에 세제 혜택을 주는 해외 공장과도 경쟁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로고.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확대와 주요국의 자국 생산 지원으로 국내 생산물량이 해외로 이전되거나 신규 투자가 해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2일 재정경제부 종합감사에서 주요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관세와 세액공제, 보조금을 함께 동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관세를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생산을 지원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설비투자 없이도 생산분 공제…관련 법안 24건 발의

국회에서 나온 요구는 기존 공장에서 만드는 전기차에도 생산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실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는 설비 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위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도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며 전기차 세제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Plant East 조립 공장. [사진=기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총 24건 발의됐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여야 의원 7명이 관련 법안을 냈다. 전체 법안 가운데 11건은 재경위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이 중 8건은 이달 세법 심사를 담당하는 조세소위 위원이 발의했다.

일부 법안에는 전기차 한 대당 400만원을 기준으로 세액공제액을 산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공제 한도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설비투자 누계액의 비율을 높여 기존 생산시설도 충분한 지원을 받도록 하는 개정안도 제출됐다.

정부도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종합감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 때 기획예산처 장관, 산업통상부, 청와대와 함께 논의했고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구매 단계에는 이미 보조금과 개별소비세 감면 등이 적용되고 있어 생산세액공제까지 추가할 경우 지원이 중복된다는 반론도 있다. 공제 대상을 전기차로 넓히면 다른 전략산업에서도 지원 요구가 잇따를 수 있어 재정 부담과 대상 선정 기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달 조세소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개정안은 재경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 전기차 완성차를 최종 지원 대상에 넣을지와 기존 공장 생산분에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지가 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