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둔화했다. 그런데 근원물가는 거꾸로 올랐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8%까지 높아졌다. 통신비 기저효과로 튄 8월을 빼면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소값 급락이 전체 수치를 끌어내리는 사이 기조적인 물가 압력은 커졌다.
국가데이터처가 3일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10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9월(2.7%)보다 0.1%p 높다. 8월(3.1%)을 빼면 2023년 12월(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8월 수치에는 지난해 SK텔레콤 요금 할인에 따른 통신비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2.8% 올라 9월과 같았다. 2023년 12월(2.8%)과 같은 수준이다. 1년 전(2.2%)보다 0.6%p 높다.
전월 대비로도 두 근원물가 지표는 모두 0.4% 올랐다. 9월에는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가 0.1% 내렸다. 한 달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같은 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2020=100)이다. 1년 전보다 2.8%, 전월보다 0.2% 올랐다. 9월(2.9%)보다 0.1%p 낮다. 두 근원물가 지표가 모두 전체 상승률과 같은 높이에 올라섰다.
국가데이터처도 둔화의 배경으로 농산물을 꼽았다. 데이터처는 채소·과일 가격이 내리면서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를 2%대로 묶어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는 날씨나 국제유가 같은 일시적 공급 충격을 걸러낸 지표다. 근원물가가 전체 물가를 따라잡았다는 것은 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고 넓게 번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10월 누계 상승률은 2.7%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2.1%)보다 0.6%p 높다. 전체 상승률은 3월(2.2%)부터 8개월 연속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았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7.5% 떨어졌다. 전체 물가를 0.32%p 끌어내렸다. 9월(-0.17%p)의 두 배 수준이다. 농산물 하락분을 빼고 단순 계산하면 10월 상승률은 3.1% 안팎이 된다.
채소류가 11.2% 내렸다. 상추(-44.3%), 오이(-39.5%), 호박(-38.4%), 시금치(-36.1%), 배추(-11.8%)가 떨어졌다. 과일 중에는 사과가 13.4%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6.2% 하락했다. 하락 폭이 9월(-3.3%)의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국가데이터처는 가을 들어 태풍 피해가 없고 작황이 좋아 채소류 가격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세 달 전 크게 올랐던 상추·호박 등의 출하가 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축산물은 4.8%, 수산물은 5.4% 올랐다. 국산 쇠고기(9.1%), 수입 쇠고기(7.2%), 고등어(9.3%), 갈치(11.9%)가 올랐다.
10월 상승률 2.82% 가운데 공업제품이 1.46%p, 개인서비스가 1.15%p를 차지했다. 두 부문을 합하면 2.61%p다. 전체 상승분의 약 93%다. 9월(약 90%)보다 쏠림이 심해졌다.
공업제품은 4.4% 올랐다. 9월(4.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석유류가 14.9% 올라 0.56%p를 보탰다. 경유는 19.7%, 휘발유는 11.6% 올랐다. 지출목적별 교통 물가는 6.8% 올랐다.
가공식품은 2.9% 올랐다. 9월(2.1%)보다 0.8%p 높아졌다. 국가데이터처는 빵·케이크·냉동식품·아이스크림 등의 출고가 인상이 순차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9월 명절 할인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간 영향도 있다고 했다.
즉석식품 상승률은 9월 9.5%에서 10월 12.4%로 커졌다. 빵은 5.9% 올랐다. 라면은 할인 행사 영향으로 1.4% 오르는 데 그쳤다. 전자기기 가격도 높다. 컴퓨터는 26.2%, 휴대전화기는 10.8% 올랐다.
외식 물가는 2.9% 올랐다. 9월(2.5%)보다 0.4%p 높다.
외식을 뺀 개인서비스는 3.6% 올랐다. 9월(4.3%)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추석 기저효과로 여행·숙박 품목 등의 상승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추석 연휴가 10월에 있었다. 승용차임차료(-8.4%)와 휴양시설이용료(-6.2%)가 내렸다.
반면 보험서비스료는 9월과 같은 13.4%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항공료(20.7%)와 해외단체여행비(11.5%)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공공서비스는 1.7% 올랐다. 유치원납입금(-20.8%)과 보육시설이용료(-18.5%)가 크게 내린 영향이 이어졌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6% 올랐다. 9월(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식품은 1.5% 오르는 데 그쳤다. 농산물 하락이 가공식품·외식 상승을 상쇄했다. 식품 이외 품목은 3.2% 올랐다. 국가데이터처는 가중치가 큰 석유류의 상승 폭이 컸던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충북과 경남이 3.2%로 가장 높았다. 강원·경북(3.1%), 울산(3.0%)이 뒤를 이었다. 서울과 대구가 2.5%로 가장 낮았다.
주요국과 견주면 한국의 9월 상승률(2.9%)은 미국(3.7%), EU(3.8%), 영국(3.6%)보다 낮았다. 일본(2.1%)보다는 높았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