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사업 재편과 함께 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로 새 출발한 지 100일을 맞았다. 방산·조선·에너지를 축으로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 진출과 투자 확대가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안전관리와 수익성 확보, 지배구조 정리도 과제다. 아이뉴스24는 김동관 체제 100일의 변화와 주요 사업의 현주소를 짚고, 향후 투자 성과와 책임경영의 조건을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오는 8일 승진 100일을 맞는다. ㈜한화가 인적분할을 마치고 방산·조선·에너지 중심의 새 체제로 재편된 지도 100일이 된다.
지난 100일은 김 수석부회장의 경영 영역이 선명해지고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사를 정비한 기간이었다. 방산과 조선에서는 수주와 실적 성과가 이어졌지만 에너지 사업의 수익 변동성과 대전사업장 안전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방산·조선·에너지 '세 축'으로 재정렬

한화그룹은 지난 7월30일 김 수석부회장 승진을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8월1일자로 시행했다. 2022년 8월 부회장에 오른 지 약 4년 만이다.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세 형제의 담당 사업도 금융과 방산·조선·에너지, 테크·라이프 부문으로 한층 명확하게 나뉘었다.
인사 발령일은 ㈜한화의 인적분할 기일과 같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은 존속법인 ㈜한화에 남고, 한화비전·한화로보틱스·한화갤러리아 등 테크·라이프 계열사는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로 이동했다.
김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의 세 축은 방산·조선·에너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방산과 항공엔진·우주를, 한화오션이 상선과 특수선을, 한화솔루션이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을 맡는 구조다.
금융 부문은 존속 ㈜한화 계열에 남았지만 김동원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한다. 인적분할과 승진 인사를 통해 세 형제의 사업 영역과 책임 경영 체제를 동시에 구체화한 셈이다.
대표 교체·조기 인사…글로벌 현지화에 초점
한화는 김 수석부회장 승진과 함께 5개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는 정밀유도무기(PGM) 사업부장과 유럽법인장을 지낸 이부환 대표를 선임했다. 한화시스템 대표에는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를 맡았던 양기원 대표가 올랐다. 두 사람 모두 해외사업 경험을 갖춘 인사다.

정기 임원인사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일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2027년도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에는 11월 초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6명의 두 배를 넘는 16명을 신임 임원으로 발탁했다. 한화오션은 15명을 새 임원으로 선임했고 한화솔루션은 신임 임원 10명 가운데 6명을 1980년대생으로 채웠다.
인사의 공통분모는 글로벌 사업과 현지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수출사업과 현지 생산체계를 강화할 인력을, 한화오션은 북미 제조 기반을 안정화할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승진 초기 100일 동안 김 수석부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내놓기보다 기존 성장사업을 해외에서 확장할 조직을 갖추는 데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 주춤했지만 조선·전자 성장…美 함정 첫 수주
사업 성과는 방산·조선에서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365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3분기에는 매출 6조943억원과 영업이익 45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6%, 46.2% 감소했다. 지상방산 부문의 영업이익이 217억원으로 96% 급감한 영향이 컸다.

회사는 폴란드 K9 2차 물량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인도 일정이 4분기에 집중되고 일부 물량이 2분기에 조기 납품된 데 따른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말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약 35조원이며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은 74%다.
조선과 방산전자 계열사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화오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48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6% 증가했다. 한화시스템은 60.5% 늘어난 9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미국 조선시장 진출에서도 첫 성과가 나왔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선박건조관리업체인 토트서비스와 중형상륙함(LSM) 1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2억6900만달러(약 3575억원)다.
건조는 한화필리조선소가 담당한다. 한화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처음 따낸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7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에게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과 인력 양성 등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수주는 필리조선소를 미국 해양방산 사업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전략의 첫 결실로 평가된다.
에너지 수익 변동성…태양광 영업익 37% 감소
에너지 부문은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수익 변동성을 드러냈다.

안전은 김 수석부회장 체제의 가장 무거운 과제다.
한화솔루션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486억원과 영업이익 9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의 3065억원보다 70.5% 감소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3분기 매출 2조1632억원과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1664억원보다 약 37% 줄었다.
미국 태양광 모듈 판매와 주택용 에너지 사업이 흑자를 뒷받침했지만, 모듈 판매가격 반영 시차와 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의 일정 및 원가 변동에 따라 분기별 실적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과제다.
방산과 조선에서 확보한 수주가 중장기 성장 기반이라면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일이 김 수석부회장의 향후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대전사업장 사고…실적보다 무거운 안전 과제
지난 6월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전사업장은 천무 등 유도무기의 추진기관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이후 진행한 특별감독에서는 총 473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189건은 사법처리하고 284건에는 약 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폭발·화재·누출 관련 안전보건규칙 위반도 91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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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안전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생산 가동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7년 상반기 안에 대전사업장의 정상 가동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천무 등 유도무기 납품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생산 차질을 줄이는 것보다 반복된 사고를 막을 안전체계를 갖추는 일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적분할과 승진으로 김 수석부회장의 경영 영역과 승계 구도는 한층 선명해졌다. 이제 평가 기준은 지배구조보다 사업 성과와 글로벌 투자 회수, 그리고 사업장 안전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00일이 조직을 정비한 시간이었다면 본격적인 경영 성적표는 내년부터 드러날 전망이다.
[김동관 수석부회장 100일]
①방산·조선·에너지 재정렬…성장과 안전 시험대
②美 함정 첫 수주…필리조선소, 이제 건조 능력 증명할 때
③사업은 나눴지만 지분은 연결…한화에너지의 향방
④수주 다음은 수익…김동관의 다음 승부는 '투자의 결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