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조 예산안 띄운 오세훈…'청년 AI 성장권' 시의회 문턱 넘을까

55.7조 예산안 띄운 오세훈…'청년 AI 성장권' 시의회 문턱 넘을까

민선 9기 첫 본예산 55조 7445억원 편성…올해 대비 8.3% 증가
추경서 삭감된 '청년 AI 성장권'…266억원 편성해 재추진
야간경제 사업도 확대…사업 실효성·재정 투입 적정성 관건
오세훈 "시의회 설득하고 비판 수용…원안 그대로 관철 노력"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서울시청에서 2027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던 '청년 AI 성장권'을 민선 9기 첫 본예산에 재편성하면서 여소야대 구도인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년 AI 성장권은 앞서 추경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던 사업인 만큼, 사업계획의 보완 수준과 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0일 55조 7445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4조 2667억원(8.3%) 증가한 규모로, 청년 지원과 주거 안정, 야간경제 활성화 등 민선 9기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이 포함됐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청년 AI 성장권'이다. 서울시는 관련 예산 266억원을 편성해 서울 거주 청년 50만 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권과 수준별 맞춤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취업과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해당 사업은 지난 9월 시의회 추경 심사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시가 편성한 사업비 56억 2500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추진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당시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원 대상과 서비스 제공 방식 등 세부 계획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사업의 필요성과 별개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완한 뒤 본예산에서 다시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교육과 실전 프로젝트를 결합하는 등 사업계획을 보완해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반영했다. 추경에서 확보하지 못한 예산을 본예산으로 재추진하면서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본예산 심사에서는 서울시가 보완한 사업계획이 앞서 시의회가 제기한 문제를 얼마나 해소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지원 대상이 5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실제 AI 서비스 이용 조건과 교육 운영 방식, 사업 성과를 평가할 기준 등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오 시장은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을 시의회에 돌리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 AI 성장권 지원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일하는 데 정말 힘이 든다.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시의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예산 삭감으로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공급 협상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당초 챗GPT와 제미나이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를 1인당 2.5달러 수준에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추경이 무산되면서 기존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지난번에 꽤 파격적인 가격까지 낮춰놨는데 추경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바람에 (기업들과) 약속을 못 지키게 됐다"며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되더라도 그 가격에는 못 주겠다, 이런 피드백이 왔다. 지금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데, 저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이 통과되더라도 당초 계획한 공급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서울시는 예산이 연내 확정되면 내년 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시행 시점과 지원 방식은 기업들과의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의 또 다른 역점사업인 야간경제 활성화에도 관련 예산이 편성됐다. 서울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야간 먹거리와 문화 콘텐츠를 도입하는 '서울 달빛야장' 사업에 105억원을 편성했다.

시는 올해 건대맛의거리 등 6곳을 서울 달빛야장에 선정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강 밤핑'을 300동으로 확대하고 광나루·이촌한강공원 야간 생활체육 거점을 조성하는 데 19억원, 잠원한강공원 일대 야간경관 개선에 10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야간 관광과 소비를 활성화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민선 9기 핵심사업인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야간경제 관련 사업 역시 지난 추경 심사에서 일부 예산이 삭감된 전례가 있는 만큼 내년도 사업 확대의 필요성과 예산 투입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 등이 심사 과정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예산안 통과 여부를 가를 가장 큰 변수는 시의회 의석 구조다. 현재 서울시의회 전체 118석 가운데 민주당이 80석, 국민의힘이 38석을 차지하고 있다.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이 원안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 시장은 시의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성실하게 (시의회를) 설득하도록 노력해서 되도록 원안을 그대로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근거 있는 비판이 있으면 충분히 수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협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오는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정례회를 열고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진행한다. 청년 AI 성장권과 야간경제 활성화 등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예산 반영 여부도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시의회도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청년 AI 성장권과 야간경제 활성화 등 민선 9기 역점사업 관련 예산이 무사히 통과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