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열처리 노하우' 자기 특허로…공정위, 한세모빌리티 제재

협력사 '열처리 노하우' 자기 특허로…공정위, 한세모빌리티 제재

문서 아닌 '무형 정보'에 기술자료성 첫 인정
협력사 몰래 거래처 바꾸고, 새 업체 품질 문제를 기존 협력사 수치로 해결
과징금 4억2천만원…특허 자체는 그대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력사의 기술정보를 빼돌려 자기 명의로 특허를 낸 자동차부품업체 한세모빌리티를 제재했다. 도면이나 문서 같은 유형의 자료가 아니라 시제품을 분석해 얻은 수치와 노하우 같은 무형의 '정보'를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로 인정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한세모빌리티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적용 조항은 구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3항(현행 제4항)이다. 원사업자가 취득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쓰지 못하게 한 조항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세모빌리티

한세모빌리티는 자동차 엔진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만든다. 문제가 된 기술은 드라이브 샤프트 구성품인 튜뷸러 샤프트의 '최적 심부경도 수치'다. 심부경도는 열처리한 금속 부품의 가장 안쪽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나타낸다. 고회전·고토크 환경을 견뎌야 하는 부품은 이 수치를 최적화해야 발주처가 요구하는 강도를 낼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수치를 찾아낸 건 수급사업자인 K사였다. K사는 2년 넘게 열처리한 부품 샘플 1600여개와 열처리 검사성적서 28부를 한세모빌리티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심부경도 수치가 강도를 최대화하는 최적 범위라는 사실을 스스로 찾아냈다. 한세모빌리티가 요구하지 않은 심부경도까지 검사성적서에 따로 측정·기재해 관리했다. 반면 한세모빌리티는 개발 과정 내내 심부경도 기준을 직접 관리하거나 K사에 준수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발단은 거래처 변경이었다. 한세모빌리티는 구매 단가 절감 등을 위해 협력업체를 이원화하고 궁극적으로 거래처를 바꾸기로 내부 결정했다. K사에는 알리지 않았다. 새로 계약한 D사의 샘플은 요구 강도에 계속 미달했다.

한세모빌리티는 K사와 D사의 샘플을 비교·분석했다. 심부경도 수치가 두 회사 샘플의 강도 차이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다. 이 차이를 D사 샘플에 적용하자 단 한 번의 샘플테스트로 강도 문제가 풀렸다.

한세모빌리티는 이후 K사의 검사성적서 검토와 샘플 파괴검사로 K사의 수치가 최적 범위라는 점을 재차 검증했다. 그리고 K사와 협의 없이 이 수치와 사실상 같은 범위를 핵심 내용으로 한 특허를 단독 명의로 냈다. 2020년 2월 출원해 2021년 7월 등록했다.

한세모빌리티는 심의 과정에서 해당 수치를 독자적인 실험·분석으로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발 기간 내내 심부경도를 관리한 사실이 없고, 특허 출원용 발명신고서에 K사 샘플 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으며, K사의 검사성적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품질 확인 목적으로 받은 샘플과 검사성적서, 거기서 확인된 기술적 요지를 합의된 목적 밖에서 자기 특허권 확보에 쓴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K사가 경쟁력의 근간인 기술을 빼앗겨 향후 개발과 영업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당성도 크다고 봤다.

이번 판단의 핵심은 기술자료의 범위다. 하도급법은 기술자료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로 정의한다. 그동안 제재는 주로 도면·문서 같은 유형의 자료를 넘겨받아 쓴 경우에 집중됐다. 이번에는 시제품을 역분석해 추출한 수치와 노하우도 기술자료로 인정했다. 중견기업인 원사업자가 소기업 협력사의 시제품을 무단 역분석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도 공정위가 꼽은 의의다.

다만 시정명령은 향후 재발방지명령에 그쳤다. 문제의 특허 자체를 K사에 이전하거나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은 공정위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허 귀속 문제는 K사가 별도 소송으로 다퉈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세모빌리티의 2023년 매출은 4천981억원, 자산총액은 5326억원이다. 2020~2022년 3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가 2023년 133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