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유재석,엄청난 예능생태계 변화에도 굳건한 예능MC인 이유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유재석,엄청난 예능생태계 변화에도 굳건한 예능MC인 이유

‘국민적 호감’ 지닌 방송인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방송인 유재석이 지난 29일 ‘제1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의 영예인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재석은 방송 3사 연예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수없이 대상을 수상했지만 대중문화예술상 훈장의 의미는 또 다르다. 이건 국가가 공인, 보증하는 상이다.

'국민적 호감'도를 지닌 방송인 유재석. [사진=안테나]

유재석은 지난 1991년 제 1회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이래 36년째 희극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 초기 10여년은 자리를 못잡았지만 그후에는 항상 톱 예능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유재석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세상이 왜 날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며 불평, 불만으로 초기 10년간을 보냈다면, 요즘은 세상이 지나치게 날 알아봐주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방송 환경은 너무나도 변했지만, 유재석만은 여전히 예능 MC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지상파에서 ‘놀면 뭐하니’ ‘틈만나면’ ‘런닝맨’ 등 일반 예능 뿐만 아니라, tvN 토크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까지 맹활약하고 있다. 유재석이 별의별 핑계로 좋아하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토크 콘텐츠인 뜬뜬 채널 ‘핑계고’에서도 진행자인 ‘계주’ 유재석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유재석이 진행자 실종 시대를 맞은 예능에서 여전히 ‘국민 MC’로서, 또는 인터뷰어로서 롱런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예능 생태계의 변화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예능만 해도 무조건 진행자가 있었다. MBC 토크 예능 ‘놀러와’(2004~ 2012)에는 유재석과 김원희라는 진행자가 있었다. MBC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2006~2018)에는 MC는 없었지만 분량이 가장 많은 1인자 유재석은 있었다.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로 불리던 ‘무한도전’ 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전성기도 10년이 더 지났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모두 각개약진하고 있다.

현재는 리얼 예능들이 꽤 존재하지만 진행자나 1인자의 역할도 바뀌었다. 진행을 하면 망하는 시대가 왔다. 그래서 아나운서 출신 MC나 예능 MC들은 또 다른 변신이 필요했다. 아나운서와 예능 MC의 딜레마다. 게다가 이들은 방송을 자주 해 전문 방송인들 수준이 된 전문가 집단(변호사, 의사, 카운슬러)과 다양한 색깔로 말 잘하는 인플루언서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대학교수들이 많이 모인 세미나 자리에서 한 분이 요즘 학생들이 MC 김성주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김성주 아나운서는 요즘도 TV에 자주 나오는데...”라고 하자 MZ세대들 대다수는 숏폼이나 클립으로 콘텐츠를 보기 때문에 김성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MC 전현무는 진행을 최소화한 채 아예 엔터테이너로 전환해버린 케이스다. 전현무는 잠깐 진행하고, 그후에는 허경환이나 주우재, 홍진경처럼 행동한다.

그런 환경변화속에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서장훈이 대표적이다. 서장훈은 ‘이혼숙려캠프’ ‘무엇이든 물어보살’ ‘연애전쟁’ ‘이웃집 백만장자’ ‘고딩엄빠’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서장훈은 이런 프로그램에서 일반적인 MC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카운셀링 공부를 하고, 세미프로페셔널 입장에서 조언을 한다. 그래서 만약 ‘이혼숙려캠프’에 다른 예능 MC나 아나운서를 앉혀 놓으면 서장훈을 대체할 수 없다. 점점 멘트가 달라지고 특화되어야 한다.

이런 상전벽해의 예능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메인 MC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건 유재석뿐인 것 같다. 유재석이 아무리 MC를 잘 본다고 해도 진행자 실종 시대의 예능에서 유재석의 존재감만은 오히려 더 커져가고 있는 건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그가 오랜 기간 쌓아와 매력화시킨 ‘국민적 호감’ 덕이 컸다고 본다.

유재석이 웃음을 주는 능력이 좋고, 진행을 잘 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기능적인 진행자로 머물렀다면 이렇게 장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유재석은 끝 없이 노력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다. 말씨와 행동거지가 본받을만하다.

유재석이 말없이 어려운 후배들과, 방송인들을 오랫동안 도와주고 기부 활동도 열심히 해온 사실을 이제는 다안다. 유재석은 예능계 ‘파도미’(파도 파도 미담)의 원조 같은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유재석을 만나고 싶어 나왔다는 출연자도 있을 정도다.

“웃음과 즐거움을 드리는 일을 하는 저에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유재석은 인터뷰에서도 남다른 공감력을 보여주고 있다. ‘틀만나면’을 유재석과 함께 진행하는 배우 유연석은 “국민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유재석 선배님을 반기고 알아봐주신다. (유재석 선배님은)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예능인이다. 모든 이에게 주파수를 맞쳐 공감하려는 안테나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앞으로 예능 생태계가 계속 변화한다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변함없는 신뢰로 대중과 만나는 사람이다. 그렇게 시청자의 마음속에도 들어와 있는 인물이 유재석이다.

이날 유재석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저와 함께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신 수많은 선후배 동료, 제작진, 스태프, 또 저희를 늘 응원해 주시는 시청자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유재석은 "제가 할 일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겠다. 허락하는 그날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진심 어린 다짐을 덧붙였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