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할 새 생수 12병이 감쪽같이"⋯풀무원 샘물 포천 공장 가보니 [현장]

"눈 깜빡할 새 생수 12병이 감쪽같이"⋯풀무원 샘물 포천 공장 가보니 [현장]

지하 200m 암반층서 물 길어올려⋯취수정만 9곳
초당 12병 넘게 생산⋯검사 카메라가 불량품 선별
연간 생산능력 6억2000만병⋯매출 1000억원 눈앞
40년 품질 자신감에도 낮은 점유율⋯시장 확대 숙제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투명한 생수병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를 쏜살같이 달렸다. 한 병을 눈으로 좇는 사이 다음 병들이 줄줄이 스쳐 지나갔다. 물이 가득 찬 병들은 일사불란하게 다음 설비로 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행렬.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물병에 보는 사람의 눈이 더 바빠질 지경이었다.

풀무원 샘물 포천 공장 컨베이어 벨트. [사진=설래온 기자 ]

우리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무심코 집어 드는 생수 한 병이 만들어지는 현장이다. 지하 200m에 이르는 땅속에서 끌어올린 물이 여러 공정을 거쳐 전국 소비자에게 향한다. 지난달 30일 올해 사업 40주년을 맞은 풀무원샘물의 핵심 생산기지인 포천 이동공장에서 물 한 병의 여정을 따라갔다.

생산라인에 들어서기 전 첫 관문은 안전교육이었다. 관계자는 무사고 2000일 달성을 강조하며 공장 내 위험요소와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풀무원샘물은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과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등 국제 인증을 취득하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안전교육을 마친 뒤 생산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생수병 행렬이었다. 수많은 병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연달아 이동했다. 잠시도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500㎖ 제품은 초당 12병 이상, 2ℓ 제품은 약 4병씩 생산된다.

속도가 빠르다고 검사가 느슨한 것은 아니다. 검사 카메라 4대가 병들을 매섭게 살폈다. 물이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불합격이다. 기준에 미달한 제품은 자동으로 걸러지고 직원이 폐기한다.

풀무원 샘물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풀무원 샘물 제품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풀무원 샘물 2ℓ 제품을 패키징하는 과정. [사진=설래온 기자 ]

검사를 통과한 생수병들은 포장설비로 향했다. 여러 병이 포장재로 묶이고 손잡이까지 달리자 익숙한 생수 묶음상품이 완성됐다. 올해부터 먹는샘물 무라벨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기존 라벨 부착설비는 가동을 멈췄다. 생수병은 해당 공정을 생략하는 '바이패스' 방식으로 다음 설비로 이동했다.

생수병에 담기기 전 물은 생산동 내부 정수시설에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다. 은빛 배관을 따라 크고 작은 여과장치들이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5㎛(마이크로미터)부터 1.0㎛, 0.2㎛에 이르는 미세필터가 작은 입자를 걸러낸다. 활성탄 처리로 냄새 유발 성분을 흡착하고 자외선(UV)으로 미생물을 불활성화하는 살균공정도 거친다. 여과장치마저 외부와 차단된 밀폐형 구조다.

물의 출발점은 생산동 밖에 있었다. 땅 위로 드러난 취수설비 아래로는 깊이 130~200m의 지하세계가 펼쳐진다. 포천공장에 설치된 취수정은 모두 9개. 깊숙한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원수는 자동센서의 감시를 받는다. 관계자는 수질과 관련한 5개 항목을 확인해 원수 상태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취수정 인근에는 커다란 원수 저장탱크가 자리했다. 지하에서 올라온 물이 잠시 모이는 곳이다. 취수정에서 1차 처리를 마친 원수는 이곳에 저장됐다가 다시 정수시설로 향한다. 여러 단계의 여과와 살균을 통과해야 비로소 생수병에 담길 자격을 얻는다. 무색투명한 물 한 모금에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셈이다.

풀무원 공장 내 정수시설. [사진=설래온 기자 ]
풀무원 공장 외부 취수정. [사진=설래온 기자 ]
풀무원 포천공장 원수탱크. [사진=설래온 기자 ]
풀무원 포천 공장 물류창고. [사진=설래온 기자 ]

마지막 목적지는 물류창고였다. 문을 들어서자 이번에는 생수병 대신 생수 상자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높은 선반마다 제품을 실은 팔레트들이 빼곡했다. 생산라인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던 물병들이 이곳에서는 차곡차곡 쌓여 전국으로 떠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류센터의 저장규모는 약 6600팔레트. 이는 약 5일치 물량에 해당한다. 셔틀시스템을 도입해 보관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회사에 따르면 2023년 물류센터를 마련하면서 적재효율을 기존보다 약 40% 높였다. 하루에 이곳을 떠나는 출하차량만 60~70대에 달한다.

1986년 충북 초정리의 작은 임대공장에서 출발한 풀무원샘물은 현재 포천과 밀양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총 6억2000만병. 2000년 약 250억원이던 매출은 현재 1000억원에 근접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풀무원 샘물 포천 공장 사무동 로비. [사진=설래온 기자 ]

심왕섭 풀무원샘물 포천공장장은 물이 지나는 배관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식성이 높은 스테인리스강 'SUS 316'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반 소재보다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부식에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배관과 저장탱크 내부는 자동세척 설비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500㎖ 용기에 사용하는 프리폼 무게는 기존 13.1g에서 11.1g으로, 2ℓ 용기용은 37g에서 31.6g으로 낮췄다. 뚜껑 역시 2g에서 1.3g으로 가벼워졌다. 제품 하나당 줄어든 무게는 몇 그램에 불과하지만 연간 수억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는 작은 차이도 의미가 크다.

다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곧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윤미 풀무원샘물 마케팅팀장은 아직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품질을 앞세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 한 병을 완성하는 기술을 넘어 소비자가 그 가치를 알아보고 선택하도록 만드는 일이 풀무원샘물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심왕섭 풀무원샘물 포천공장장이 공장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한 모금의 물은 목을 타고 내려가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작은 불순물 하나까지 살피며 쌓아온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생수 한 병이지만 그 평범함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켜온 40년. 결국 좋은 물의 가치는 특별한 맛이 아니라 아무런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는 데 있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