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자동차 정비기기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해운과 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컨테이너 운송 사업을 확대하고 선박 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주식병합과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자본·지배구조 정비도 병행한다.
팬스타그룹의 코스닥 상장사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날 최대주주인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의 추가 장내 매수 계획도 사전 공시했다. 사업 영역을 그룹의 해운 본업과 연결하고 상장사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다.
주식병합 안건이 오는 12월 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주당 액면가는 기존 1000원에서 5000원으로 조정된다. 발행주식 수는 5902만3445주에서 1180만4689주로 감소하며 자본금에는 변동이 없다. 병합 신주는 2027년 1월 18일 상장될 예정이다. 회사는 적정 유통주식 수를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한 자동차 정비기기 전문기업이다. 이후 그룹 사업과 연계해 하역·크루즈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 5월 선박엔지니어링 계열사인 팬스타테크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면서 조선해양사업부를 신설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333억원 중 물류·크루즈가 46%, 자동차정비기기가 30%, 조선해양이 23%를 차지했다.
앞으로 사업 재편의 핵심은 컨테이너 운송이다. 팬스타그룹은 지난 7월 한일항로 컨테이너 정기선 공동운항체제에 참여했으며, 연내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항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용선 선박을 활용해 해당 노선을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외항 정기화물운송사업자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한일항로 공동운항을 기반으로 신규 노선을 발굴하고 중국 화물운송 시장 진입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중국 측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내 컨테이너선 사업을 상장사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역과 크루즈, 조선해양에 외항 정기화물운송까지 더해지면 상장사가 그룹 해운 사업의 주요 영역을 직접 담당하게 된다”며 “선박 운항부터 정비와 개조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양사업부는 일본과 부유식 LNG 설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넓히고 있다. 선박 신조·개조 설계부터 선급 승인, 기자재 공급과 설치, 시운전 및 정비까지 수행하는 조직으로, 자체 설계·프로젝트 관리(PM) 인력 64명과 누적 설계 실적 479건을 보유하고 있다. 장금상선과 고려해운, 대한조선, 한화파워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일본 시장에서는 올해 오시마조선소 등 현지 조선소와 선사로부터 설계 8건을 수주했다. 일본 종합상사와 합작 계약도 체결해 2027년 현지 지사 설립을 추진한다.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설비(FSRU)와 저장설비(FSU) 분야에서는 회그(Höegh)사의 FSRU 개조 종합설계 프로젝트를 210만달러에 수주했다. 회사가 밝힌 4분기 잔여 수주잔고는 534만7000달러(21건)로, 이 가운데 FSRU·FSU 관련 프로젝트가 47%를 차지한다.
LNG 시장 확대도 관련 사업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제가스연맹(IGU)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NG 교역량은 4억3700만t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가스수출국포럼(GECF)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2억3500만t 규모의 액화설비가 추가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FSRU 개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방폭형 3D 스캐너를 포함한 스캐너 5대를 확보했다. 이를 활용하면 가스 위험구역이 있는 선박과 설비를 직접 계측해 구조·배관·전장 설계부터 선급 승인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LNG선을 개조하는 방식은 신조보다 비용 부담이 낮아 관련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계열사 간 지분 관계 및 의사결정 체계도 정비할 방침이다. 상장사와 그룹 계열사의 역할을 구분하고 중복 기능을 조정해 각 사업의 성과가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개편안은 이사회 논의와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확정한 뒤 공시할 예정이다.
김현겸 회장은 보통주 59만235주를 내달 30일부터 오는 12월 29일까지 장내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예정 매수 금액은 주당 870원 기준 약 5억1000만원이다. 김 회장은 최근 6개월 동안에도 44만1000주를 약 4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번 계획이 이행되면 최근 매입 물량은 100만주를 넘게 된다.
김 회장은 “상장사의 사업 전환과 구조 개편은 최대주주가 가장 먼저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주주와 같은 위치에서 회사의 변화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하면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도 추진한다. 계열사 지분 관계 정리와 이사회 독립성 제고, 공시 투명성 강화 등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환경 분야에서는 선박 연료 효율 개선과 인공지능(AI) 기반 운항 최적화, 사회 분야에서는 부산 지역 해운·항만·조선 인력 양성과 지역 상생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자동차 정비기기와 물류·크루즈 사업을 기반으로 컨테이너 운송과 조선해양 분야의 성장성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본·지배구조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