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지구를 구한다”... 금산 숲속 그림책 마을의 실험

“도서관이 지구를 구한다”... 금산 숲속 그림책 마을의 실험

‘지구별그림책마을’ 르포... 책·자연·세대 잇는 생태문화공간
기후위기 시대, 읽고 배우는 것에서 생활 속 실천과 연결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충남 금산군 진산면.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진 공간이 나타난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이다. 책을 읽고 자연을 만나며 가족이 함께 쉬어가는 이곳은 도서관이 어떤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도서관 한편에서 어린이들이 환경 그림책 ‘고작 2도에’를 읽으며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할 때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림과 글을 통해 배운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전경 [사진=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독서 후 목공 체험이 이어진다. 버려진 나무 조각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며 자원의 쓰임과 자연의 가치를 생각케 한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으로 재료를 다루며 생활 속 실천을 경험한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요즘에 도서관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나?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은 책과 자연, 체험을 연결해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공간이다.

책장에서 숲으로... 생활 속 환경교육

도서관은 책을 빌리고 조용히 읽는 곳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활동은 책장 밖으로 나간다. 숲속 명상과 맨발 걷기, 나무 관찰, 반딧불이 체험 등 계절별 생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직접 경험한다.

환경 그림책에서 만난 생태계 이야기는 숲과 나무를 관찰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목공 체험은 버려지는 자원의 활용을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책으로 배운 지식을 실제 경험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숲과 나무를 관찰하는 활동을 할수 있는 메타스퀘이어 숲길 [사진=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환경보호를 거창한 구호로 그치지 않는다. 마을 안 카페와 공간 전반에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 친환경·유기농 지역 특산품 소비를 장려하기도 한다. 이렇듯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간다.

물론 한 공간의 체험활동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자연을 이해하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경험을 어린 시절부터 쌓는 것은 환경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의 하나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잇는 도서관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 공간에 어른들을 위한 도서관 ‘서유당’과 고택, 갤러리, 음악감상실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그림책이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라면, 어른에게 책과 문화예술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세대별로 공간을 나누기보다 가족이 함께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책과 문화를 경험토록 한다.

이같은 책과 문화의 경험은 어른에게 잊고 지냈던 감정과 생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곳이 지향하는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머물며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자연을 경험케 하는 공간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는 구상도 여기에 닿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머물며 자연을 경험케 하는 고택 [사진=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자연을 빌려 쓰는 사람들...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

박정은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관장은 자연과 생명의 문제를 후손의 삶과 연결해 설명한다. 박 관장은 “인디언들은 대지를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 여겼다”며 “자연과 생명의 악화는 결국 인류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이제 도서관도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책을 읽고, 숲을 걷고, 버려진 나무를 다시 활용하는 활동 등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케 한다.

도서관이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배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의 존재 이유가 특별하다.

다만 생태교육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참여자들의 생활 속 실천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곳을 가끔 들른다는 정종훈 대전중구의원은 “도서관이 지구를 구한다는 말은 도서관 하나가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다”면서도 “책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사람과 생명의 관계를 배우며, 생활 속 작은 실천을 시작하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의 특별한 존재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림책마을의 주변 가볼만한 곳

그림책마을 주변에는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도 자리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 1791년 신해박해와 관련된 천주교 진산성지성당이 있다. 1791년 신해박해의 계기가 된 진산사건과 관련된 곳으로, 한국 천주교 초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791년 신해박해와 관련된 천주교 진산성지성당 [사진=충남도 홈페이지]

진산면에 대둔산 자락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조성된 에딘버러 컨트리클럽이 있다. 회원제 18홀 골프장으로, 대둔산 자락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골프와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이다

충남 금산군과 논산시, 전북 완주군에 걸쳐 있는 해발 878m의 명산인 대둔산이 근처에 있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큼 기암괴석과 웅장한 산세가 빼어나다.

특히 금산 방면의 태고사와 낙조대, 완주 방면의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등이 유명하다. 정상인 마천대에 오르면 주변 산세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계절 등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