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쌀인데 밥맛이 다르네"…CU가 밥 짓는 물까지 바꾼 이유[르포]

"같은 쌀인데 밥맛이 다르네"…CU가 밥 짓는 물까지 바꾼 이유[르포]

'CU 간편식 제조' BGF푸드 진천공장 현장
미네랄 뺀 '연수 취반'…김밥류 밥맛·보존성 개선
스마트쿠커로 조리 혁신…제조-매장 '푸드테크'
품질 강화로 경쟁력 확보…다음 목표는 '건강'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지난 28일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 이날 마련된 시식 자리에는 같은 쌀로 지었지만 물을 달리 사용한 두 종류의 밥이 등장했다.

하나는 기존 방식대로 지은 밥, 다른 하나는 물속 미네랄 성분을 줄인 연수(軟水)로 지은 밥이다. CU가 편의점 간편식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딱딱한 밥'을 개선하기 위해 꺼내 든 해법이다.

28일 충북 진천 BGF푸드 진천 공장에서 연수가 적용된 밥이 공장 설비를 이용해 취사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두 종류의 밥을 한 숟갈씩 떠서 비교해 보니 연수로 지은 밥에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일반 수돗물로 지은 밥보다 밥알이 한층 촉촉했고, 편의점 김밥 특유의 푸석한 식감도 덜했다.

차이를 만든 것은 물속 미네랄 성분이다. CU에 따르면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물은 쌀이 수분을 흡수하고 팽창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미네랄 함량을 낮춘 연수를 사용하면 물이 쌀알 중심부까지 보다 고르게 스며들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밥을 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간이 흐른 뒤 식감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임형근 BGF리테일 상품본부장은 "처음 밥을 지었을 때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냉장 보관한 다음 날에는 달랐다"고 말했다.

CU가 자체 측정한 결과 냉장 보관 이틀 뒤 밥의 단단함과 관련한 수치는 기존 방식의 53%에서 연수 적용 시 42%로 낮아졌다. 소비기한이 임박한 시점의 보습력도 기존 밥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U는 약 10개월간 연구를 거쳐 현재 사용하는 전남 새청무 쌀에 적합한 물의 경도를 찾았다. 진천공장에는 자체 연수 설비를 설치해 물의 경도를 5㎎/L 이하로 낮췄다.

지난 9월 주요 삼각김밥에 연수를 먼저 적용한 데 이어 지난 28일 생산분부터 진천공장에서 만드는 김밥과 도시락 등 밥류 간편식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 28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BGF푸드 진천 공장에서 미네랄을 뺀 연수로 지어진 밥이 보관용기에 담겨지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이날 둘러본 진천공장 취반실에서는 쌀을 씻고 물에 불린 뒤 밥을 짓고 냉각하는 과정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 도정 후 3일 이내의 쌀만 사용하며, 갓 지은 밥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고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25도까지 빠르게 냉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밥은 김밥과 도시락 등으로 가공된다. 삼각김밥 제조 라인에서는 자동 충진기가 밥과 토핑을 일정한 비율로 담아내고, 완성된 상품은 금속검출기와 엑스레이(X-RAY) 장비를 거쳐 이물질 혼입 여부를 검사한다. 중량 역시 자동 선별기로 확인한다. 진천공장에서는 김밥·샌드위치 등을 포함해 하루 약 30만개의 간편식이 생산된다.

29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BGF푸드 진천 공장에서 연수를 이용해 만든 김밥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CU가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제조 공정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편의점 간편식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업체별 상품의 맛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외식 메뉴와 견줘도 손색없는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 공장에서 시작된 푸드테크 실험은 편의점 매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밀집 지역 점포에 우선 도입한 '스마트쿠커'가 대표적이다.

전자레인지와 오븐,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쿠커는 상품 바코드를 인식하면 메뉴에 적합한 조리 시간과 방식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기기다. 온도만 높이는 기존 전자레인지 중심의 조리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즉석식품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스마트쿠커로 조리한 냉동피자와 냉동치킨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일반 편의점 전자레인지로 데운 제품과 달리 시간이 다소 지난 뒤에도 피자는 쫄깃한 식감을, 치킨은 비교적 바삭한 식감을 유지했다.

갓 조리한 배달음식 수준의 열기와 식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편의점 냉동식품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조리 품질을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29일 충북 진천 BGF푸드 진천 공장에서 BGF리테일 관계자가 전자레인지·오븐·에어프라이어 기능이 합쳐진 스마트쿠커를 이용해 간편식품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전국 점포로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기 내부 온도가 최고 230도까지 올라가는 만큼 화상 등 안전사고를 예방할 대책이 필요하다. 조리 후 기기를 식히는 데 필요한 대기 시간 역시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CU는 오는 2028년까지 스마트쿠커를 전국 점포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점포 운영 과정에서 수집한 고객 반응과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개발사와 협력해 기기 성능과 편의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5명 규모로 운영 중인 CU 푸드테크 조직의 다음 목표는 '건강'이다. 유통·소비기한 연장 기술을 통해 간편식의 보존성을 높이는 한편,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소비자 수요에 맞춰 영양과 편의성을 갖춘 식사대용식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충북 진천=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