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목표 가격에 모두 판매한 뒤에도 고객사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대형 고객사는 10곳으로 늘었고, 다른 10곳과도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 HBM 공급 물량은 당사의 제품 경쟁력을 감안한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완판)된 상태"라며 "주요 고객들의 추가적인 HBM 공급 증량 요청이 지속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대 제품인 HBM4(6세대) 3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3배 이상 늘었고, 전체 HBM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점유율과 같은 수준의 HBM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하반기 목표를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HBM4E(7세대)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도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10개 대형 고객들과 이미 계약을 완료했고 또 다른 주요 10개 고객들과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고객들과는 협상 완료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계약 대상은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뿐 아니라 모바일·자동차·네트워크 업체로 넓어지고 있다. 2030년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도 가시화됐다. 기존 고객의 계약 연장과 증량 요청도 예상보다 많지만 추가 공급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다양한 시장조사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2028년의 경우에도 이러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내년 반도체 업계의 시설투자가 늘더라도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여와 생산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다. HBM4E와 HBM5(8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칩 면적이 커지고 금속 배선 공정이 늘어나는 점도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2나노 공정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뜻하며, 2나노는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한 종류다.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용 수요가 늘면서 내년 파운드리 매출에서 HPC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8나노 이하 공정은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돌아 가동률이 10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첫 공장(팹)은 클린룸(청정시설) 가동과 설비 반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글로벌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팹 건설을 포함한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팹의 위치와 건설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차세대 1.4나노 공정에서는 일부 고객사와 시험용 반도체인 테스트칩 개발을 확정했다. 4나노 기반 HBM4 베이스다이(HBM 맨 아래층)는 양산 초기임에도 파운드리 역대 최고 수준의 수율(정상품 비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낸드에서는 AI 서비스 확대로 늘어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를 공략해 256테라바이트(TB)급 제품을 내년 초 상용화할 계획이다. 시스템설계(LSI)사업부는 차세대 모바일 반도체 '엑시노스 2700'의 개발과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3분기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사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약 99%다. 메모리 매출은 140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의 개별 손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두 사업의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시설투자 84조4000억원의 약 91%인 76조8000억원을 DS부문에 투입할 계획이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