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닥터X’, 5·18 민주화운동 에피소드 논의가 향해야 할 방향은?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닥터X’, 5·18 민주화운동 에피소드 논의가 향해야 할 방향은?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인해 방영 중단 청원까지 제기됐다.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주인공 김지원의 SNS에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과하다. 얼마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의 주인공 유해진의 집 앞까지 와서 시위를 벌였던 사례와도 닮았다.

'닥터X'의 계수정(김지원). [사진=SBS]

청원인은 “원작인 일본 드라마와 달리 한국판에 (5·18)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고 했는데, 원작이 있는 드라마의 경우 원작에 없는 내용을 얼마든지 첨가할 수 있다. 리메이크가 원작을 그대로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5.18 민주화 운동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드라마 제작이 위축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는 SBS ‘모래시계’(1995)나 KBS ‘오월의 청춘’(2021) 등 5·18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공격하는 것과 다르지 없다. ‘모래시계’는 제작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오월의 청춘’은 5년전에 제작됐다. 뿐만 아니라 ‘오월의 청춘’은 처음부터 끝까지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다. 만약 지금 방영됐다면 이도현과 고민시 집 앞에 가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문화미성숙국가다.

‘닥터X’에 대한 논의는 이런 데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드라마이고, 콘텐츠이며, 문화예술 작품으로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 에피소드와 작품의 필연적 결합 여부를 논해야 한다. 5.18 에피소드가 인물의 서사 전개와 갈등, 변화 계기, 성장 등과 어떻게 맞물려 있느냐를 물어야 한다. 이런 점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면 그건 비판해야 한다.

‘닥터X’는 다크히어로 천재 외과의사 계수정(김지원)이 관료화된 병원조직을 뚫고 환자를 치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 에피소드는 1~2회씩 전개한 후 계속 바뀌는 나열형이다. 5·18 민주화 운동 에피소드는 6회에야 첫 등장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신 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생각한 채 헬기사격으로 인해 머리에 총상을 입고 말을 하지 않고 이동도 하지 않으며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을 다뤘다.

오상범 환자는 계수정의 설득으로 치료를 위해 광주에서 서울의 병원까지는 올라왔지만, 병원 옥상에서 생의 끝자락에 선 상태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헬기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지두석’ 전 대통령이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슬로모션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 에피소드는 계수정에게 전후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가? 계수정은 과거 아프리카 해외봉사 중 한 흑인 아이(바바라)가 찾아와 총에 맞은 동생을 구해달라고 눈물로 애원한다. 바바라는 "선생님이 총에 맞으면 내 동생을 고쳐줄 수 없으니, 내가 대신 총알받이가 되겠다"며 계수정의 등에 업히거나 매달리려 한다. 계수정은 아이에게 자신의 방탄조끼를 입혀준 뒤, 아이를 앞으로 안고 빗발치는 위험 속을 달려간다.

계수정의 아프리카 과거 회상 장면은 의사로서 절대 타협하지 않고 “환자는 반드시 살린다”는 생명 존중 신념과, 자신보다 어린 동생과 의사를 살리겠다는 희생정신과 절박함을 지닌 아프리카의 한 아이, 5·18 민주화운동에서 자신을 구하고 죽은 형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숭고함’은 모두 연결이 된다. 물론 이건 너무 대의적인 부분이지만, 디테일은 오는 30일 공개될 7화에서 다뤄질지도 모른다.

‘닥터X’는 의사가 의사 까는 드라마다. 그게 계수정이다. 구서대학교 서남병원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용역소개소에서 파견온 프리랜서 용병의사, 새로운 형태의 의사다. 무리를 싫어하고 권위도 경멸한다. 계수정은 “야, 너네(의사들) 진짜 후져”라고 말한다.

“나 너네 싫어.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윤리고 신념이고 생각 없이 그저 멍청하게 똑똑한 인간들. 교수들 앞에선 엎드리고, 환자들 앞에선 고개 쳐들고. 교수 앞에선 아첨하고, 간호사 앞에선 지랄하고… 그냥 의사이기만 한 인간들.”

그의 눈앞에는 환자만 있다. 믿는 건 자신의 수술 실력뿐. 그러니 의사였지만, 치료보다는 의사로서 누리는 권력이 더 좋은 기득권자인 목련회 출신(구본평, 김창수, 임호석, 김명석)들과의 대립은 필연적이다. 극중 이들은 주로 병원장이나 교수거나, 과장이며 의사 출신(쇼닥터) 시장도 있다. 목련회 의사들은 오상범 환자 치료마저도 정치적이고, 대의명분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병원이 이렇게 권력과 정치가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었던가. 물론 ‘하얀 거탑’에서 권력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의사를 보았다. 병원이 어떻게 바뀌건 권력과 정치, 이념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닥터X’가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병원을 다닌다. ‘닥터X’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람들이 있는 병원이지만 서로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걸 보는 건 사실 무섭다. 내 몸은 어떤 정치질을 하는 교수에게 맡겨진 것은 아닌지?

'닥터X'의 계수정(김지원). [사진=SBS]

‘닥터X’에서 오로지 실력만이 전부인 의사 계수정은 홀로 외로운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장희숙(이정은) 의사용역소개소 소장뿐만 아니라 박태경(김우석) 인턴과 조원진(이진희) 마취과 교수 등은 계수정을 음으로 양으로 지지하며 돕고 있다.

부승권(손현주) 병원장은 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명목하에 부패한 권력 구조와 타협하는 ‘빌런’이면서도,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는 지닌 복합적인 인물로, 계수정과의 부딪힘을 통해 원작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 에피소드와 오상범 환자의 치료과정은 병원내 이런 관계에 놓여 있는 계수정 캐릭터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상황 전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나갈지가 궁금하다. 지난 24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은 무려 전국 19.5%를 기록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