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야생 멧돼지 생태계 위협... 제주 36% 최적 서식지

제주 야생 멧돼지 생태계 위협... 제주 36% 최적 서식지

오홍식 교수 "멧돼지 생태계 파괴 주범... 관리 대책 세워야"

[아이뉴스24 현창민 기자] 제주에서 한때 자취를 감췄던 야생 멧돼지가 제주 자연생태계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제주 면적의 36% 이상이 멧돼지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확산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생 멧돼지 [사진=연합뉴스]

제주대학교 오홍식 교수 연구팀(생물교육전공)은 최근 '제주도에 유입된 멧돼지의 서식지 적합성과 이동 가능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저명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 2026년 10월호(제1저자 Binod Kunwar, 대학원 차세대융복합과학기술협동과정 박사수료)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조사에서 외래종 야생 멧돼지의 잠재적인 서식지가 제주 전체 면적의 3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1900년대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종적을 감춘 지 25년만에 제주 중산간 지역의 최상위 포식자로 재등장한 것이다.

오홍식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멧돼지의 재등장은 단순한 야생동물 증가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인간의 반입으로 형성된 개체군이 야생에서 번식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면서 제주 자연환경과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환경 문제"라며 향후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제주 멧돼지는 과거 중국의 역사서와 조선시대 기록에 전해진다. 최근에는 고대 유적에서 멧돼지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굴되면서 제주 야생 멧돼지가 존재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20세기 전반기에 서식지 훼손과 남획 등으로 야생 개체군에서 사라졌다.

연구팀은 2001년부터 한라산 인근에서 다시 관찰되기 시작한 멧돼지는 과거의 개체군이 자연적으로 회복된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반입된 후 사육되던 개체들이 탈출하면서 형성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제주 생태계에 재등장한 외래종 멧돼지가 현재 어떠한 경로로 이동해 번식하며, 기존 생물군집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 교수는 2010년 초 제주 산간(해발 200~1500m) 지역에 야생 멧돼지가 약 470마리가량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에 조사에서는 해발 200m 이상 48개 지점에서 약 2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개체들은 2019년 초기 제주 산간에 군집을 이루면서 현재는 약 8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 교수는 "외래종인 멧돼지가 기존 제주 생물군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생태계에 불청객처럼 등장한 지 15년 넘는 관리에도 개체수 조절에는 극히 제한적인 실적을 보인다.

개체수 조절을 위한 포획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포획한 멧돼지는 모두 318마리다.

최근 5년간 포획 실적을 보면 2020년 128마리, 2021년 105마리, 2022년 91마리, 2023년 47마리, 2024년 62마리, 2025년 150마리로 집계됐다.

제주대학교 오홍식 교수

지속적인 포획에도 불구하고 멧돼지의 출몰이 이어지고 있는 건 기존의 관리체계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홍식 교수는 "포획 실적과 실제 개체수 변화, 새로운 지역으로의 확산 여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확보한 출현 기록 94건과 10개 환경변수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제주 면적의 36.13%인 661.82㎢가 멧돼지의 잠재 서식 적합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서식 적합성이 높은 지역은 265.48㎢, 그 밖의 적합지는 396.34㎢에 달한다. 특히 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의 51% 이상이 멧돼지의 잠재적 서식 적합지로 분석됐다.

이 수치들은 앞으로 멧돼지가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서는 한라산을 비롯해 색달동, 만장굴, 금악서길, 곶자왈, 애월 등 6개 지역은 핵심 서식지로 확인됐다. 이들 서식지 면적은 한라산 123.88㎢, 색달동 27.10㎢, 만장굴 17.33㎢, 금악서길 4.82㎢, 곶자왈 4.70㎢, 애월 3.68㎢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핵심 서식지는 8개의 잠재 이동 통로로도 연결된다.

특히 한라산과 금악서길 일대는 서식지 사이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꼽힌다. 멧돼지가 특정 지역에 고립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서식환경을 따라 이동하며 제주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개체수뿐만 아니라 서식밀도까지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5월 북한산 일대 멧돼지 서식밀도가 2022년 ㎢당 2.1마리에서 2023년 1.9마리, 2024년 1.6마리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포획틀 184개와 차단울타리 18.8㎞를 운영하면서 출몰 예측지도도 활용하고 있다.

제주지역의 특수한 지형과 조사방법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포획 실적과 별개로 서식밀도·이동경로·출몰 빈도를 함께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제주 멧돼지 문제는 단순히 포획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운 과제다.

오홍식 교수는 "한라산과 곶자왈, 람사르습지처럼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의 멧돼지 활동과 생태계 변화 사이의 관계를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개체수 변화와 번식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요 서식지와 이동 가능 지역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현창민 기자(cmi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