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기대감에 국내 증시가 반등했다. 앤트로픽의 실적 개선과 대규모 컴퓨팅 투자가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외국인도 순매수에 나서며 수급 개선 기대를 키웠다. 다만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앤트로픽 공모주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만큼 외국인 수급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코스피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지수가 급등 중이다.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 공개 이후 AI 산업의 성장성과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가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앤트로픽 IPO 소식이 전해진 27일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600억원, 304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앤트로픽의 컴퓨팅 투자는 반도체 수요로 이어진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메모리 등 반도체 투자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앤트로픽이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 등 주요 공급사와 맺은 컴퓨팅 계약 규모는 약 637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드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이달 1~15일 코스피에서 18조원가량을 순매도했지만 16~26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약 1조500억원으로 줄었다.
"상장 전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증권가에서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앤트로픽 상장 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공모주 청약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국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11월 중순 상장을 목표로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앞서 초대형 IPO를 추진한 스페이스X 사례에서도 상장 전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스페이스X가 증권신고서를 공개한 다음 거래일인 5월 21일부터 상장 직전인 6월 11일까지 외국인은 14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31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23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상장 직후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매수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스페이스X 공모가 확정 직후인 6월 12일 25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은 18일까지 5거래일간 5조1000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돌아서며 40조9000억원을 팔아치웠다.
당시 외국인 매도를 스페이스X IPO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형 IPO를 앞두고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데 이어 상장 직후에도 매수세가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앤트로픽 상장 전후 수급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도 상장 이전엔 대형 IPO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며 "스페이스X 상장 전부터 미국 대형 기술주는 물론 코스피도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앤트로픽 상장 전 수급이 몰리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페이스X 상장 당시에도 국내 주식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에는 자금 조달 부담이 변수가 될 수 있다. IPO로 확보한 자금이 AI 인프라 투자에 투입되더라도 향후 추가 설비투자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조달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AI 기업들의 차입 부담과 신용위험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꺾일 수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를 예로들며 "IPO 이후에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더 조달할 수 있다는 경계도 여전하다"고 했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