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앞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학연·지연·인맥 등 사적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한 선임절차를 주문했다. 이사회 의장들은 잇따른 해킹사고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있는 보안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등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과 IT 보안, 내부통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 금융지주 자회사의 승계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6일 금감원 부원장 회의에서 금융지주 자회사 CEO 인선이 마무리되면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까지 승계절차가 사전에 마련된 기준에 따라 진행됐는지 점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간담회 종료 후 이성엽 J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원장이 CEO 승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연·지연·인맥 이런 것과 관계없이 오픈해서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도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결안건 993건 가운데 수정가결은 9건, 보류는 1건에 그쳤다. 나머지 983건(99.0%)은 모두 원안가결됐다.
이 원장은 "경영진이 제공하는 것에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료 요청과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다각화와 경영진 보수·평가 등 주요 현안에서도 회사와 주주의 장기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당부했다.
금융권 IT 보안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원장은 "어제 주요 금융투자회사 쪽에서도 전반적으로 해킹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등에서도 보안사고가 확인됐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회사 침해사고의 사이버 공격 방식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인공지능(AI)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취약점이 쉽게 탐지되고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안을 부수적인 업무로 간주하거나 관련 투자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관행을 경계하며 금융회사가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 제거하는 자율 방어체계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간담회 직후 오명숙 BNK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요즘 가장 걱정되는 IT 관련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며 "이게 완전히 생존의 문제이지 않느냐. 효과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킹사고 대응에 대해 "저희도 잘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 잘해야 한다. 국가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점포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언급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 금융사고는 2024년 7건·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건·12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도 11건·840억원이 발생했다.
이 원장은 본점의 정책과 관리수준이 해외점포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과 정기검사, 사고 보고체계 개선 등을 당부했다.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성과를 임직원 인사·평가에 반영할 것도 요청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