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청년 AI 지원, 시의회가 거절…내년 재추진"

오세훈 "청년 AI 지원, 시의회가 거절…내년 재추진"

추경 56억 2500만원 전액 삭감
"사회보장제도 사전 협의 미완료" 등 지적
오 시장 "챗GPT·제미나이 공급 협상 차질"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 AI성장권 지원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된 '청년 AI 성장권' 사업을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반영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예산 삭감 여파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과의 공급 협상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내년 초 시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 AI 성장권 지원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AI를 청년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그게 뜻대로 잘 안됐다"며 "현재 여소야대인 시의회에서 안 된다고 하면 못 하는 것이고, 다시 해달라고 요청해도 거절당하면 그다음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하고 같은 당적의 시의원이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며 "여소야대가 되면 일하는 데 정말 힘이 든다.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업 시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의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6개월이면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시의회에서 그냥 늦추는 바람에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오늘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도 여러분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가, 얼마나 꼭 필요한 정책인가를 공유해야 시의회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년 AI 성장권은 서울에 거주하는 19~29세 청년 50만 명에게 고성능 생성형 AI 이용권을 1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AI 활용 격차가 학업과 취업, 창업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사업을 발표하고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56억 2500만원을 편성했으나 지난 9월 11일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시행이 무산됐다.

당시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 미완료와 지원 대상 산정 근거 부족, 수요조사 지연 등을 문제 삼았다.

서울시는 올해 추경 무산 이후 청년과 전문가, 기업 및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보완하고 내년도 본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AI 이용권 지원에 교육과 실습, 취업·창업 연계 프로그램을 더해 청년들이 AI를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박주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은 이날 사업 설명에서 "서울시는 AI 이용권만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며 "고성능의 AI 이용권을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서 교육과 실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같이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학업과 진로 탐색, 취업 준비, 창업 등 활용 목적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면 AI 기반 피드백을 제공하고 수준별 교육을 지원한다. 기업과 소상공인, 공공기관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와 해커톤, AI 에이전트 경진대회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적배려 청년에게는 우선 신청 기회를 제공하고 전담 코디네이터와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교육 이수와 과제 수행 실적을 인증하는 디지털 배지, 취업에 활용할 포트폴리오 제작 등도 지원 방안에 포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 AI성장권 지원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이날 행사에선 청년들의 AI 활용 사례 발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오픈토크도 진행됐다.

청년들은 AI를 활용해 전공 분야를 넘어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시장 조사부터 서비스 기획, 콘텐츠 제작까지 창업 과정을 구체화한 경험을 공유했다. 고성능 AI 서비스의 유료 구독료가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한 참가자는 오 시장에게 지난 7월 발표된 사업이 추경 예산 삭감으로 시행되지 못한 데 아쉬움을 나타내며 내년에는 실제로 추진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은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사업 일정이 늦춰진 것은 물론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공급 협상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다면서 내년 초 시행을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내년 초부터 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지 사실 자신하지는 못하겠다"며 "지난번에 꽤 파격적인 가격까지 낮춰놨는데 추경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바람에 (기업들과) 약속을 못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 당시) 챗GPT와 제미나이가 서울이 가지는 상징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협상을 마무리했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당시 AI 서비스 이용 가격을 2.5달러 수준까지 낮추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예산이 무산된 이후 기업들로부터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그는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되더라도 그 가격에는 못 주겠다, 이런 피드백이 왔다"며 "지금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데, 저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며 "어쩌면 좀 더 비싸질 수도 있다. 하여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픈토크에서는 이 밖에도 AI 활용 역량이 취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단순한 이용권 지원을 넘어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과 AI 기술 확산에 따른 채용 환경 변화와 실무 중심 교육, 기업 연계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 등도 논의됐다.

오 시장은 AI 성장권 사업과 서울시의 대학생 기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인 '서울영커리언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AI 성장권 지원과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는 영커리언스를 잘 연결해서 여러분들이 실전을 몇 개월 동안 하실 수 있도록 하면 여러분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취업과 창업을 하는 데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바뀌는 사회적인 수요에 어떻게 여러분들이 적응해 가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꼭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저희도 (정책을) 업그레이드해 봐야 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에 잘 반영되고, 또 통과가 돼 여러분들과 함께 또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