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법원 시설관리 공무직이 같은 서울 지역에서 24시간 휴일당직을 서고도 소속 법원에 따라 인정받는 근로시간은 최대 6시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인력 없이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처리하고 기계실 옆이나 업무공간에 휴게 자리를 마련한 사례도 확인돼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설관리 공무직의 24시간 휴일당직 인정 근로시간은 법원행정처와 서울가정법원이 각각 12시간으로 집계됐다.
서울고등법원은 13시간, 서울남부지법과 서울서부지법은 각각 14시간, 서울동부지법은 18시간이었다. 동일한 길이의 당직근무에도 법원별 근로시간 인정 기준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손 의원실에 따르면 시설관리 공무직은 당직 때 혼자 근무하며 휴게시간에도 업무를 대신할 인력이 없다. 당직자는 정해진 시간에 순찰하고 근무일지를 작성하는 한편 시설 이상과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근무장소를 벗어나려면 비상상황에 대비할 조치를 해놓고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현장 증언도 나왔다.
대법원은 야간·휴일당직 중 근무장소 이탈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손 의원실은 대체인력 없이 비상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근무 여건에서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게공간의 환경도 문제로 제기됐다. 법원행정처 시설관리 공무직 휴게실은 지하에 마련된 2개 실로 모두 창문이 없었다. 제출 자료상 1인당 사용면적은 1.9㎡였다.
손 의원실이 확인한 법원행정처 휴게용 침상은 지하 2층 기계실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노동자들은 기계소음 때문에 제대로 쉬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법원행정처는 24시간 휴일당직 가운데 12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의 시설직 휴게실도 창문 없는 지하에 있었다. 특허법원은 지하 공간을 시설관리사무실과 휴게실로 함께 사용하고 있었으며 대구가정법원은 시설직 휴게실이 없다고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방재실 근무공간 안에 평상을,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용 책상 바로 옆에 쉴 자리를 마련했다. 부산고등법원에서도 사물함과 물품이 놓인 좁은 공간에 침상을 두거나 칸막이로 잠자리를 구분한 사례가 확인됐다.
손 의원실은 휴게실 설치 여부뿐 아니라 업무공간과 분리돼 있는지 소음과 업무 호출에서 벗어나 실제로 쉴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휴일당직에 대한 별도 식대는 지급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공무직 당직 식대에 대해 “정액급식비 월 14만원 외에는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손 의원실이 공공연대노동조합과 함께 국정감사 전 1주일 동안 법원 공무직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절반이 휴게·근무공간과 비품, 편의시설 이용 등에서 공무원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대법관에게 격무를 이유로 월 200만원가량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내년 관련 예산으로 26억원을 편성한 점을 거론하며 공무직의 휴식 여건과 당직 식대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기계소음 바로 옆이나 업무용 책상 한쪽에 누울 자리를 마련했다고 업무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4시간 홀로 법원을 지키고 휴게시간에도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중 12시간을 휴게라고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형태가 다르다고 쉴 권리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전국 법원 시설관리 공무직의 당직 실태와 휴게공간에 대한 전수점검을 요구했다.
또 실제 업무와 대기 실태를 반영한 근로시간 인정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독립된 휴게공간과 실질적인 휴식을 보장하는 한편 야간·휴일당직 식대 지급 기준과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수원=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