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산림 피해목, 포항의 친환경 전력으로 거듭난다

버려지던 산림 피해목, 포항의 친환경 전력으로 거듭난다

포항신재생에너지, 영일만3산단에 110MW급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소 건립
국내 최고 수준 환경설비에 지역 연료 구매·고용으로 지역경제 활력 기대

[아이뉴스24 정훈 기자] 산에 방치되던 산불 피해목과 재선충 피해목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발전소가 포항 영일만에 들어선다.

포항신재생에너지㈜(이하 포항신재생)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3 일반산업단지에 110MW급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소 조감도 [사진=포항시]

총 사업비는 약 5500억 원으로, 포항에 들어오는 대규모 민간투자 사업이다. 포항에 이 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는 지역경제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철강·제조업도 자동화와 글로벌 경기 변동의 영향으로 예전만큼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투자를 끌어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 산업을 유치하려면 전력 확보도 빼놓을 수 없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확보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이차전지 산업을 앞세워 도약을 노리는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대규모 생산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역의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 데에는 수년간의 인허가와 주민 협의가 필요하다. 포항신재생 발전소는 발전사업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인허가 절차를 이미 마친 만큼, 포항의 전력 수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원으로 꼽힌다.

전력의 질에서도 장점이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해가 지거나 바람이 잦아들면 발전량이 줄어 별도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 반면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날씨와 상관없이 하루 24시간 일정하게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 재생에너지이면서도 안정적인 기저 전원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안정성은 포항의 기업 유치 경쟁력과 바로 이어진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사용(RE100)을 요구하면서, 수출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은 인근 이차전지 기업들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경우 송배전망 이용료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따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이 도입되면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에서 쓰는 구조가 더욱 중요해진다. 양질의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발전소는 첨단산업은 물론 다양한 기업의 투자를 포항으로 이끄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연료 역시 포항과 경북의 숙제를 함께 푸는 방식이다. 포항신재생은 폐목재나 이용 가치가 있는 경제 목재는 쓰지 않고, 산불·재선충 피해목과 숲가꾸기·임도 개설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 이른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산불과 재선충병 피해를 겪은 경북 지역에서는 피해목 처리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피해목을 숲에 그대로 두면 썩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오고 또 다른 산불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이를 거둬 발전 연료로 쓰면 산림 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나무가 자라며 흡수한 탄소를 순환시키는 탄소중립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발전소 건립에서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환경과 건강 문제에도 공을 들였다. 포항신재생은 먼지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법정 기준보다 대폭 강화해 설계했으며, 국내에서 운영 중인 발전설비 가운데 최고 수준의 환경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발전소에서 주로 쓰는 전기집진기 대신 초미세먼지를 더 잘 걸러내는 여과식 집진설비(백필터)를 2단으로 설치하고, 탈황·탈질 설비도 갖췄다.

관리도 철저하다. 굴뚝 배출 농도는 한국환경공단의 실시간 관리시스템과 연동해 24시간 측정·관리한다. 연료는 깨끗한 원료만 골라 쓰도록 선별하고, 밀폐형 사일로에 보관한 뒤 밀폐형 컨베이어로 옮겨 날림먼지를 막는다. 소각재와 폐수도 밀폐된 공간에서 처리하며, 온배수 역시 가장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회사 측은 설계부터 운영까지 주민 건강과 환경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 1등 발전소'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도 크다. 회사 측은 포항과 인근 지역에서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미이용 산림자원을 사들이고, 매년 60억원 규모의 정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연료를 들여오는 화력·LNG 발전소와 달리 연료비가 고스란히 지역 산림 현장과 수집·운반·가공 업체로 돌아가는 구조다. 준공 후에는 운영 인력 1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목재 수집·가공 분야에서도 약 500명의 일자리가 생겨 모두 600여 명의고용 효과가 기대된다.

채용 때는 지역 주민과 그 자녀, 청년·실버 인턴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일자리가 늘면 인구 유입과 소비 증가, 포항시 세수 확대로 이어져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규모 건설 인력이 머물면서 식당과 숙박업소 등 지역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이런 효과는 준공 이후 운영 기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발전소 인근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있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설 기간 중 약 80억 원의 특별지원금과 운영 기간 중 연간 약 25억 원의 기본지원금이 지원된다. 별도로 약 90억 원 규모의 지역지원·장학복지 사업도 추진해 주민 생활 여건 개선과 지역 인재 육성에 쓰일 예정이다.

포항신재생은 앞으로도 주민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는 한편, 주민 공동감시기구를 운영해 환경·안전 관리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와 투명한 운영으로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발전소를 만들고, 일자리와 투자 유치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