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년] 파운드리·전장 '긴 투자' 성과 시험대

[이재용 4년] 파운드리·전장 '긴 투자' 성과 시험대

파운드리, 테슬라 대형 수주·HBM4 물량으로 적자 탈출 모색
하만, 지난해 매출 15조8000억원·영업이익 1조5000억원
메모리 의존 낮출 성장축으로 키울 수 있을지가 관건

[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황세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육성해온 파운드리와 전장사업이 기반을 다지고 실력을 증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파운드리는 고객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하만은 전장과 오디오 사업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회장에게 두 사업은 장기 투자의 성과를 확인할 대상이다.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넓히기 위해 추진한 투자가 안정적인 이익으로 이어질지가 과제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의 선밸리 로지에서 열린 앨런 앤 컴퍼니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2026.07.07 [사진=연합뉴스AFP]

파운드리, 내실 다지고 적자 탈출 모색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파운드리 육성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2021년 이를 171조원으로 확대했다.

회장 취임 이후에는 대형 고객 확보에 관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약 22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이 회장 등과 화상으로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올해 7월에도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 사장과 미국 앨런앤드컴퍼니 행사에 동행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여전히 적자지만 내부에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종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Design Platform 개발실 부사장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세이프 포럼 2026(SAFE Forum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 사장이 빅테크 영업을 전담하고, 남석우 사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기술을 맡아 '세계 최초'보다 공정 경쟁력과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 주기를 조정하고 고성능컴퓨팅(HPC)과 외부 고객 수주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과의 연계도 도움이 되고 있다.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안정적인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며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보유한 사업구조를 활용해 내부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내부 물량 확대가 곧바로 외부 고객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가 독립적인 성장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첨단공정의 수율을 안정시키고 대형 고객을 추가로 확보해 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사장은 지난 6월 "공통부문 특별성과급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성과급 체계 기준으로는 내년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특별성과급을 반영하면 내후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만, 완성차 고객망에 삼성 기술 결합

기아 EV5에 채택된 하만카돈 프리미엄 카오디오 사운드 시스템. [사진=기아 홈페이지]

이 회장이 부회장 시절 추진한 하만 인수는 전장사업의 기반이 됐다. 삼성전자는 2016년 80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발표하고 이듬해 마무리했다. 삼성전자가 당시까지 진행한 해외 기업 인수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하만은 JBL 등 오디오 브랜드로 익숙하지만 인수 발표 당시 매출의 65%가 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 발표 기준 카오디오 세계 점유율은 41%로 1위였다.

전장부품은 개발 비용이 크고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재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공급사 선정에 신중한 만큼 기존 업체 인수가 효과적인 진출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하만의 기술과 함께 완성차 고객망과 납품 이력도 확보했다.

이날 삼성전자 뉴스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데이브 로저스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 총괄사장은 삼성의 디스플레이·연결 기술과 하만의 자동차·차량 실내 기술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AKG 음향 기술의 갤럭시 적용에서 시작한 협력이 차량용 디지털 콕핏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튜닝 과정을 논의하고 있는 글로벌 하만카돈 어쿠스틱 엑스퍼트들. [사진=하만코리아]

실적도 크게 늘었다. 소비자 오디오를 포함한 하만 전체 매출은 2017년 7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만은 지난해 12월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15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도 발표했다. 차량용 전방카메라와 주행보조 제어 기술을 디지털 콕핏과 결합할 계획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만은 차량용 전방카메라와 레이더, 주행보조 소프트웨어 등을 디지털 콕핏과 결합할 계획이다. 차량 내부의 사용자 경험을 넘어 주행 안전과 중앙집중형 차량용 컴퓨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만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파운드리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테슬라 수주를 확보한 것은 단일 계약으로 볼 때 상당히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두 사업만으로 이 회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