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23일 오전 7시30분, 서울 애플 명동.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화면을 접고 펼치고, 앱을 실행하며 새 제품의 쓰임새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이폰 듀오의 공식 출시 외에도 애플의 가을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아이폰 공개, 이달 13일 스마트홈 제품 발표에 이어 오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또 다른 제품 행사를 엽니다.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약 두 달 새 세 번째 일정이 예고돼 있는 셈이죠.


이 일정을 기다리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닙니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사와 이들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도 애플의 일정은 관심사입니다. 어떤 제품을 언제,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주문과 매출 발생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을엔 고급형, 봄엔 일반형…나뉘는 아이폰 달력
애플의 일정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봄에는 맥·아이패드 등을,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했습니다.
9월에는 아이폰을 공개하고 같은 달 주요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봄과 10월 행사는 해마다 달랐지만 가을 아이폰은 일정의 중심이었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가을에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와 듀오가 나왔지만 일반형 아이폰18은 없었습니다. 외신은 일반형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 세대 아이폰을 나눠 내놓는 변화입니다.
터너스는 더 큰 변화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블룸버그를 인용해 애플이 제품개발 속도를 높이고 전통적인 봄·가을 출시 주기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새 제품 나와도 안 바꾼다…오래 쓰는 소비자
신제품 출시 시점을 쪼개고, 일종의 '이벤트'를 추가적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배경에는 길어진 제품 사용 기간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CIRP)에 따르면 새 아이폰 구매자 중 이전 제품을 3년 이상 쓴 비중은 2020년 24%에서 2025년 42%로 높아졌습니다. 각 연도 9월까지 12개월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CIRP는 내구성 개선과 가격 상승, 긴 할부 기간, 신제품의 점진적인 성능 개선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기존 스마트폰이 충분히 쓸 만하다면, 제조사가 새로운 기능을 내놓더라도 소비자의 교체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애플이 여러 행사를 통해 출시 시점을 나누는 데는 구매 계기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죠. 가을 발표 이후 관심이 식도록 두기보다 새로운 제품과 소식을 이어가며 소비자가 구매를 다시 고민하게 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부품 수급이라는 현실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터너스는 최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은 분명한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는 앞서 메모리 등 부품 비용 상승과 공급 제약, 폴더블 생산의 복잡성을 고급형 우선 출시의 배경으로 전했습니다.
부품 주문부터 주가까지…한국 기업도 보는 달력
출시 일정이 나뉘면 공급망도 움직입니다. 부품사는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생산량과 납품 시점을 조정해야 합니다.
투자자 역시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공급 물량과 실적 전망을 다시 따집니다. 국내에도 애플에 패널과 카메라 부품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있어 변화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 입니다.
물론 공개 행사가 늘었다고 판매량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주문이 실제 납품으로 이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소비자도, 국내 부품사와 투자자들도 이제 애플의 새로운 달력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