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안영록 기자] [김주상의 디지털자산] 은행 업무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잔액 조회와 송금은 물론 예금 가입, 대출 비교, 투자와 보험까지 손가락 몇 번이면 처리할 수 있다. 젊은 이용자에게 은행 지점은 자주 갈 필요가 없는 공간이 됐다. 은행도 임대료와 인력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서비스에 투자한다. 점포 축소는 이런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지점이 사라지는 속도와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금융에 적응하는 속도는 같지 않다. 인증번호를 찾기 어렵거나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든 사람, 복잡한 금융상품을 직원에게 직접 묻고 싶은 사람, 통신망과 교통이 불편한 지역 주민에게 가까운 지점의 폐쇄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돈에 접근하는 통로 자체가 좁아지는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년 조사에서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볼 때 71.8%로 나타났다. 접근 장비는 널리 보급됐지만 취약계층 전체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65.9%였다. 스마트폰을 보유했다는 사실과 금융거래를 스스로 안전하게 끝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점포 하나의 폐쇄가 지역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다
도심에서는 한 지점이 문을 닫아도 다른 은행과 자동화기기, 편의점 현금인출기, 모바일 앱을 선택할 수 있다. 농어촌이나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대중교통으로 다음 지점까지 이동해야 하고, 현금 입출금이나 상속·대리인 거래처럼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도 남아 있다. 같은 점포 한 곳의 폐쇄라도 대체수단의 밀도에 따라 충격이 달라진다. 금융위원회가 2026년부터 은행 점포폐쇄 절차를 강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별 점포 운영과 사전영향평가를 점검하고, 무인 디지털 점포는 고령층을 도울 보조 인력을 배치한 경우에만 폐쇄 점포의 대체수단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기계가 놓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 접근성이 유지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은행은 점포 수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폐쇄 전후의 이동시간, 지역의 연령구조, 현금 수요, 장애인 접근성, 대면상담이 필요한 업무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고객에게는 폐쇄 사실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대체 창구와 이용 방법, 도움을 받을 연락처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알려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해답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해법은 모든 지점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공동점포는 여러 은행이 한 공간을 나눠 쓰고, 이동점포는 장날이나 복지시설을 찾아갈 수 있다. 우체국과 지역 금융기관의 창구를 활용하고, 화상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라운지에 안내 인력을 두는 방식도 가능하다. 비용을 낮추면서도 사람의 도움을 남기는 혼합형 모델이다. 모바일 앱도 ‘고령자 모드’를 별도 메뉴에 숨기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큰 글씨와 단순한 화면, 실수하기 어려운 이체 절차, 사기 의심 거래의 추가 확인, 상담원에게 즉시 연결되는 버튼이 기본 설계가 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빠르게 처리하는 것보다 잘못 송금하지 않고 스스로 취소·문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이를 당연한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자녀가 대신 인증하고 송금하는 방식은 개인정보와 재산권 침해, 금융사기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은행은 고객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조력자가 제한된 범위에서 돕는 제도와 절차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가장 느린 이용자가 금융의 품질을 보여준다
디지털 금융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며 고객 대부분에게 큰 편익을 준다. 문제는 효율의 평균만 보고 전환 속도를 정할 때 생긴다. 이용자가 앱 앞에서 거래를 포기하거나, 작은 실수 하나로 사기에 노출되거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사회가 부담할 비용은 은행이 절감한 운영비보다 커질 수 있다. 좋은 금융서비스는 빠른 사람에게 더 빠른 기능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느린 사람도 자신의 돈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지점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설명을 들을 권리,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권리, 다른 수단을 선택할 권리까지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금융의 품질은 가장 느린 이용자에게서 드러난다.
필자 소개: 김주상은 전자상거래와 기술경영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과 미래금융을 연구하는 IT컨설턴트다. 2013년 비트코인의 전자상거래 화폐 가능성을 연구했으며, 암호화폐·NFT 제공 시스템 관련 등록 특허(2023)와 저서로는 ‘100년 만에 부의 기회가 왔다(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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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록 기자(rogiy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