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수도권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을 매수한 30대의 지역별 순위가 달라졌다. 서울에서는 노원구가 송파구를, 경기에서는 수원시가 화성시를 제치고 각각 1위에 올랐다. 생애 첫 매수 증가세를 30대가 주도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거나 출퇴근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주택가격과 대출 여건이 30대의 첫 내 집 마련 지역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 생애 첫 매수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의 30대 매수인은 3만58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602명)보다 58.7% 증가했다. 서울 전체 생애 첫 매수인 증가분 2만39명 가운데 1만3278명(66.3%)이 30대였다.
지역별로 노원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293명으로 5위였던 노원구는 올해 2965명으로 129.3% 늘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571명으로 가장 많았던 송파구는 올해 1955명으로 24.4% 증가했지만 순위는 8위로 밀렸다. 강서구도 1398명에서 2725명으로 94.9% 늘어 2위를 기록했다.
두 지역의 매수 분포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지난해 송파구의 30대 첫 매수인 가운데 39.9%(627명)가 문정·가락동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543명으로 줄었다. 반면 노원구는 상계동(496→1262명), 월계동(224→523명), 중계동(202→456명) 등 5개 법정동에서 모두 증가했다. 성동구와 마포구는 각각 28.1%, 9.3% 감소하며 서울 전체 흐름과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에는 지난해 10·15대책 이후 달라진 대출 여건과 지역별 주택가격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 적용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지난 9월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에서 노원구의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99.7%로 서울 전체(78.1%)를 크게 웃돌았다. 고가주택일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 필요한 자기자금이 커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에서도 30대 첫 매수인의 지역별 순위가 바뀌었다. 수원시는 지난해 4712명에서 올해 6631명으로 40.7% 늘어 화성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화성시도 5010명에서 5914명으로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18.0%에 그쳤다. 반면 평택시와 파주시는 각각 23.3%, 30.5% 감소했다. 경기지역 역시 첫 매수 증가세가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 특정 도시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수원시의 매수 증가는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 영통동은 469명에서 1045명, 정자동은 241명에서 955명으로 늘었다. 두 지역의 증가분 1290명은 수원시 전체 증가분의 67.2%에 해당한다. 성남시도 2469명에서 4329명으로 75.3%, 안양시는 2322명에서 3726명으로 60.5% 증가했다. 서울 접근성과 주요 업무지구를 갖춘 이들 세 도시의 경기지역 30대 첫 매수 비중은 21.4%에서 26.5%로 높아졌다.
경기지역 전체 생애 첫 매수인은 9만6031명에서 10만8032명으로 12.5% 증가했다. 특히 30대는 4만4423명에서 5만5425명으로 24.8% 늘어 전체 증가분의 91.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60대는 각각 2.1%, 4.8%, 1.6% 감소해 연령별 격차도 뚜렷했다.
30대의 첫 매수 지역은 주택가격과 자금조달 여건에 따라 다시 달라질 수 있다. 대출 한도가 유지되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필요한 자기자금이 늘어나 구매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 수요가 몰려 집값이 상승하면 첫 매수자들이 다시 인접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가격 부담과 출퇴근 여건을 함께 충족하는 생활권이 향후 수요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첫 주택 매수는 선호하는 지역보다 실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와 출퇴근 여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지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특정 지역의 집값이 빠르게 오르거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 매수 수요가 인접 생활권으로 옮겨갈 수 있고 지역별 첫 매수 증가세도 가격과 대출 여건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