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대한민국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반도체와 제조업의 강점을 AI 산업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됐다.
메모리 공급을 넘어 고객과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고 확보한 GPU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부품 생태계를 활용해 상용화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제시됐다.


종합경제미디어 아이뉴스24가 주최한 '아이포럼 2026'은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포럼은 'AI 패권 전쟁, 새로운 질서: AI 3대 강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국의 AI 경쟁력을 점검하고 정책·산업계의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면 축사에서 "우리가 선도자가 돼 무한한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 실효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세 축으로 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석 아이뉴스24 사장은 개회사에서 "AI 3대 강국이라는 비전을 구체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글로벌 AI 산업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치와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최기영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GPU 인프라 확충과 인재 양성뿐 아니라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확산으로 일자리의 형태가 달라지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이 특정 기업과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용 전환과 이익 재분배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선제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메모리 공급자에서 공동 설계자로…'포스트 HBM' 준비
첫 번째 세션 '반도체 최강국'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산업의 변화와 차세대 기술 전략을 다뤘다. 명석주 SK하이닉스 AI 인프라·고대역폭 메모리(HBM) 마케팅 팀장은 "메모리는 단순 부품에서 AI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 팀장은 AI 연산 성능을 메모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메모리 월'과 생산능력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플라이 월'을 과제로 꼽았다. 대응 기술로는 고객 맞춤형 HBM, 3차원 적층 D램, 고대역폭 플래시(HBF)를 소개했다. 고객의 요구를 설계 초기부터 반영해 개별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이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메모리 수급의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주요 업체의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빅테크의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28년에 들어오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수요 급감보다는 서버에 집중된 공급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으로 재배분되면서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메모리가 직접 연산하는 PIM과 메모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CXL 등이 논의됐다. 데이터 이동에 드는 전력과 시간을 줄이고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좌장을 맡은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시스템을 만드는 수요자와 협의해서 만드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것, 그것이 포스트 HBM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GPU 확보 다음은 운영…전력·냉각이 가르는 경쟁력
두 번째 세션 'AI 데이터센터 고도화'에서는 GPU 중심으로 재편되는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운영 과제를 점검했다. 조정민 SK텔레콤 AI DC통합추진단 사업담당은 "GPU가 고밀도로 집적되면서 건축과 전력, 냉각, 배관 등 모든 설계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담당은 GPU의 발열과 전력 소비 증가로 공랭식에서 액체냉각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전력과 부지 확보가 입지를 좌우하면서 비수도권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함께 지역에서 시설을 운영할 고숙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했다.

류준석 네이버클라우드 각 세종 기술리더는 "AI 데이터센터가 단순 서버 보관 시설을 넘어 AI 학습과 추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핵심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GPU 확보에 그치지 않고 전력·냉각·관제 기술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각 세종에서 직접칩냉각(DLC) 기술을 검증하고, 센서 기반의 이상 징후 감지와 로봇을 활용한 운영 자동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동희 국민대 경영학부 특임교수가 진행한 토론에서는 인프라 투자가 중소기업과 이용자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혜택을 논의했다. 류 기술리더는 구독형 GPU 서비스가 AI 서비스 개발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는 AI 생태계를 아우르는 풀스택 서비스 역량이, 정부에는 전력 공급과 인허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의 마지막 과제는 손기술…제조 데이터에 기회
세 번째 세션 '피지컬 AI 주도국'에서는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 수준과 한국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살폈다. 진하영 리얼월드 사업개발 이사는 "산업 현장에 직접 들어가 보니 자동화의 마지막은 결국 손기술과 연결돼 있었다"며 "촉각과 힘 센싱 기술이 차세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이사는 이동 동작에 비해 정교한 손동작 구현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 축적된 텍스트를 학습하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손과 관절의 움직임은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체의 형태와 작업 조건이 달라져도 대응할 수 있는 학습 데이터 확보가 상용화의 관건으로 제시됐다.
이시행 LG AI연구원 로보틱스 테크 셀 리드는 부품을 꺼내고 끼우거나 검사하는 비정형 공정에 주목했다. 위치와 형태가 달라지고 미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작업은 기존 자동화 기술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범용 로봇 한 대가 여러 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의 정교한 움직임뿐 아니라 투자비 회수 가능성과 실제 현장 성능을 검증하는 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장은 국내 부품 제조 역량과 기업 내부의 공정 데이터를 기회로 꼽았다. 구동기와 로봇 손 등의 신뢰성을 높이고 숙련자의 경험을 학습 데이터로 축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탄탄한 부품 제조 생태계에 독자적인 산업 데이터 기반의 RFM 모델 기술이 결합한다면 피지컬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열린 '제7회 아이뉴스24 D·N·A 혁신상' 시상식에서는 NHN클라우드가 국가 AI 인프라 확충 등에 기여한 성과로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인 혁신대상을 받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인 혁신상과 안전상은 각각 세미파이브와 라온시큐어에 돌아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상인 포용상은 파두, 협력상은 씽크풀이 받았다. 아이뉴스24 대표이사상인 공로상에는 아젠다북이 선정됐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