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6주기] 특명 '삼성을 알려라'…세계 5위 브랜드로

[이건희 6주기] 특명 '삼성을 알려라'…세계 5위 브랜드로

1980년대 홍보 조직 확충…제품 넘어 기업 이미지·신뢰 강조
해외 광고·올림픽 후원으로 무대 넓혀…글로벌 브랜드 성장 뒷받침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미국에 삼성 PR을 해야 되겠어. 실패하면 몇 백만 달러 날리는 거지만 이런 건 성공하면 몇 만 배, 몇 십 만 배의 성과가 나는 거야."('더 리얼 이건희' 발췌)

오는 25일 6주기를 맞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기업의 성장에 홍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찍 인식한 경영자로 통한다. 기술과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을 알리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국내에 홍보의 개념과 조직이 자리 잡기 전인 1980~1990년대부터 이를 경영의 과제로 다뤘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뒤에 서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

이 선대회장은 전문가를 통한 삼성의 이미지 구축을 검토하라며 해외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상품 홍보와 그룹·이미지 홍보를 구분하고, 이미지 광고에는 지식과 상식, 안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 간부의 홍보요원화" 강조…'기업을 알리는 일'도 경영

이 선대회장은 홍보를 담당 부서만의 일로 보지 않았다. 그의 육성을 옮긴 책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전 간부의 홍보요원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일과 기업의 이미지를 쌓는 일을 구분하면서 간부들이 함께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 것이다.

조직도 갖췄다. 삼성에서 30여 년간 홍보를 맡았던 이순동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은 '경제사상가 이건희'에 실린 인터뷰에서 1980년 당시 그룹과 일부 계열사에만 소규모 홍보 조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각 계열사에 홍보팀을 만들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사장은 "이 선대회장이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라고 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캠페인에 담긴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등은 개별 제품과 함께 삼성이라는 기업을 알린 광고 문구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1997년 4월부터 진행했던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 [사진=아이뉴스24 DB]

이 선대회장은 여러 계열사가 서로 다른 사업을 하더라도 소비자는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판단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제품 선택은 물론 새로운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삼성에서 홍보는 단순히 회사의 성과를 알리는 데서 나아가 사업을 뒷받침하는 복잡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도 삼성이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홍보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조직과 실행 방식을 발전시킨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보도자료 작성 방식부터 기업 이미지 광고, 방송 캠페인까지 다른 기업들의 홍보에도 삼성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 제품.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타임스스퀘어에서 올림픽까지

삼성전자가 1992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를 송출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낮은 인지도가 과제였다. 삼성은 1989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광고 전략을 준비했고, 첫 작업이 1992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였다고 한다.

이 선대회장도 그룹 최초의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광고 내용과 비용, 반응 등을 보고받은 이 선대회장은 다음 날 서면으로 지시를 보냈다. 제품 수를 줄이고 삼성 로고를 확대해 계속 보여주라는 주문이었다.

세계 주요 공항의 카트도 활용했다. 기와호 전 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카트 수와 제조사, 광고 운영 방식과 비용을 조사하도록 했다. 공항 이용객이 밀고 다니는 카트에 삼성 로고를 붙여 브랜드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2011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직후 기뻐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삼성전자]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관광 명소인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빨간 이층버스와 전광판에 '삼성전자 언팩 2026' 광고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림픽 후원은 세계 소비자에게 삼성을 알리는 장기적인 무대가 됐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참여한 뒤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글로벌 후원 계약을 맺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했으며, 후원 계약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이어진다.

세계인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는 갤럭시 신제품 공개 행사 '언팩', 타임스스퀘어의 대규모 광고와 주요 공항의 제품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인터브랜드의 2025년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 905억달러로 5위에 올랐다. 도요타(6위), 코카콜라(7위), 맥도날드(9위), 소니(34위)보다 높은 위치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