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난다"… 시흥시 112개 작은도서관의 변화

[기획]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난다"… 시흥시 112개 작은도서관의 변화

시흥시 관내 도서관 운영, 지역별 특화 프로그램 확대
사람책 680명 활동…지역서점·시민 참여 독서문화 실험

시흥시 목감작은도서관에서 아버지와 딸이 미디어아트 아트월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시흥시]

[아이뉴스24 이상완 기자] 경기 시흥시의 작은도서관이 미디어아트 창작과 생태교육, 주민 교류가 이뤄지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시민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도서관과 지역서점 연계 대출, 시민 참여형 도서 선정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21일 시흥시에 따르면 관내에는 정왕동 중앙도서관과 대야동 소래빛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13곳과 작은도서관 112곳이 운영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와 복지관, 아파트 단지 등 생활권 곳곳에 도서관을 마련해 시민들의 이용을 돕고 있다.

전체 장서는 127만여권으로 시민 1인당 2.45권이다. 시는 올해 독서문화 프로그램 537개를 운영하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약 13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전시부터 숲 체험까지, 작은도서관별 특화 운영

시는 작은도서관별로 이용자의 연령대와 관심 분야, 주변 환경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작은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은 79개이며, 참여 인원은 1840명이다.

목감작은도서관은 시흥지역 작은도서관 가운데 처음으로 미디어아트 특성화 운영을 시작했다. 시민이 직접 제작한 디지털 창작물을 도서관 내부 아트월에 상시 전시해 주민들이 작품을 만들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전시·창작 활동을 통해 모인 작품을 보관하고 공유하면서 주민들의 활동과 경험을 축적하는 지역 기록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목감작은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도 선정돼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환경과 연계한 교육도 진행한다. 거북섬작은도서관은 해양오염과 자원순환,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환경교육을 운영한다. 옥구공원숲속작은도서관은 주변 숲을 활용한 계절별 생태체험과 그림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웃터골작은도서관은 이용자 맞춤형 영어교육을 제공하고, 학미숲작은도서관은 독서에 창의활동을 접목한 강좌를 운영한다. 도서관마다 특화 분야를 정해 주민들이 관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서와 돌봄, 자원 재사용을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경기도 아이돌봄지원사업과 연계해 돌봄 공백을 보완하고, 시흥교육지원청과는 학교도서관의 폐기 대상 도서를 다시 활용하는 ‘책, 다시 봄’ 사업을 진행한다. 활용 가능한 책을 지역사회에 나눠 도서의 이용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다.

시는 매년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개선 요구를 다음 연도 운영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상·하반기 정례 간담회에서는 도서관 운영자와 자원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고 운영 과정의 어려움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시흥시 옥구공원숲속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여름숲으로 그림책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독서문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시흥시]

◇시민 680명이 한 권의 책으로, 직업과 삶의 경험 나눔

사람도서관은 시민이 한 권의 책이 돼 자신의 직업과 인생 경험을 다른 시민에게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는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책’을 선택해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시흥시 사람도서관에 등록된 사람책은 현재 680명이다. 참여자 전원이 별도의 활동비를 받지 않는 재능기부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라면 평론가로 진로를 바꾼 시민, 캘리그라피를 통해 정서적 회복을 경험한 공방 운영자 등 참여자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직업에 관한 정보와 함께 진로를 선택한 과정, 일상에서 겪은 변화 등을 시민들에게 전한다.

운영 장소는 도서관과 학교, 지역 생활공간으로 확대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사람책’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과 삶의 경험을 접하도록 돕고, ‘우리 동네 사람책방’은 작은도서관 등에서 주민과 사람책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책끼리 활동 경험을 나누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대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사람도서관 운영 5주년을 맞아 11월 초 감사행사 ‘고맙데이’를 열 예정이다. 지난 5년간 활동한 사람책과 시민들이 함께 운영 경험을 돌아보고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한다.

시흥시의 ‘학교로 찾아가는 사람책’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이 강사의 안내를 받으며 반려견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흥시]

◇시민이 고르는 ‘올해의 책’, AI로 만드는 나만의 그림책

지역서점과 시민들이 독서정책에 참여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는 시흥시 도서관 정회원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협약을 맺은 지역서점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도서관에 소장되지 않은 책을 동네서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의 서비스를 연결했다.

올해 바로대출 신청은 지난 14일 종료됐다. 시는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을 경우 희망도서 신청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시흥 올해의 책’ 사업에는 올해 처음으로 100명의 시민선정단을 도입했다. 성인 40명과 초등학생·보호자 60명이 후보 도서를 읽고 평가와 독서토론에 참여했다.

어린이 분야에서는 초등학생과 보호자가 한 팀을 이뤄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눴다. 선정단의 평가를 거친 후보작을 시민투표에 부쳐 일반도서 3권과 아동도서 3권, 환경도서 1권 등 총 7권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선정 도서는 저자 강연과 북콘서트, 독서 릴레이, 어린이 독서 골든벨, 독서토론회 등에 활용한다. 시는 지역 사업체와 골목상점, 카페, 서점 등으로 관련 활동을 확대해 시민들이 생활공간에서 책을 접하고 의견을 나누도록 할 계획이다.

독서와 디지털 창작을 연계한 교육도 마련했다. 은계도서관은 오는 11월부터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과 나만의 그림책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년별로 교육과정을 나눠 각각 5회에 걸쳐 진행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방법을 배우고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제작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서 출발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창작까지 경험하는 과정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는 북스타트 책꾸러미 지원과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과 도서관을 접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독서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람도서관, 지역서점을 연계해 독서 접근성을 높이고, 도서관별 특화 프로그램과 시민 참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흥=이상완 기자(fin00k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