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46조원어치 칩 달라"…주문 폭주에 엔비디아도 난감

中 빅테크 "46조원어치 칩 달라"…주문 폭주에 엔비디아도 난감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 300만개 이상 주문
中 전체 주문량 600만개 돌파, 내년 생산량은 최대 300만개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47조원어치 넘게 주문했지만, 공급 부족으로 실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주문량의 10%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텐센트가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카드 'RTX PRO 5500'을 총 300만개 이상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정소희 기자]

RTX PRO 5500 제품 가격은 개당 약 1만1400달러(약 1500만원)다. 세 기업의 주문액을 합하면 350억달러(약 46조원)를 넘어선다.

중국 기업 전체의 주문량은 이미 600만개를 돌파했다. 반면 엔비디아가 내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300만개 수준이다. 중국에서 주문한 물량만 글로벌 연간 생산 가능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일부 고객사에 요청 물량의 5~10%만 공급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문이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도 충분한 공급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주문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있다.

RTX PRO 5500은 고성능 전문 컴퓨터에 사용되는 워크스테이션용 GPU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최첨단 AI 반도체보다 성능은 낮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기준을 충족한다.

반면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데이터센터용 'B300'은 중국 판매가 금지돼 있다. 호퍼 기반의 'H200'도 미국 정부의 건별 심사와 수출 허가를 거쳐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RTX PRO 5500을 주로 인공지능(AI) 추론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AI 추론은 학습을 마친 AI 모델이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학습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RTX PRO 5500의 성능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중반 출시한 'RTX 6000D'와 비슷하다. RTX 6000D 역시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당시 중국 기업들은 성능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RTX 6000D 구매를 꺼렸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고 AI 연산 자원 부족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RTX 6000D는 이후 단종됐지만 중국 내 가격은 두 배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성능의 RTX PRO 5500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공급 부족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가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능력 상당 부분을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 '루빈(Rubin)'에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루빈은 엔비디아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해 개발 중인 차세대 플랫폼이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제품의 공급 확대는 제한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12월 RTX PRO 5500 초기 샘플을 공급하고 내년 1분기부터 상업용 제품 출하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기업의 구매 계약도 확인됐다.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된 탄순테크놀로지는 지난 13일 RTX PRO 5500 그래픽카드 2만개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공급 부족과 해외 기술 규제로 납품이 지연되거나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중국에서는 자국산 AI 반도체 사용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미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에서 자사 점유율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규모 주문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움직임에도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공급량이 주문량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문 규모가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