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장기 연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보다 국세·지방세 등 공공채무까지 함께 묶어 조정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은 19일 '연체채권 일괄매입 정책의 한계와 실질적 재기 지원을 위한 정책 제언'을 내고 연체채권 매입 과정의 재정부담과 금융시장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일반 무담보 신용대출 연체채권의 부실채권(NPL) 시장 거래가격이 채무자의 상태와 상환 가능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원금의 10~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일괄 매입할 경우 금융기관의 매각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고, 시장가격에 맞춰 매입하면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회사가 매년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을 통해 자체 처리하는 잠재 부실채권까지 정부 매입 대상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원은 정부가 일괄매입에 나설 경우 대상 채권이 8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일괄적인 채무 매입과 탕감이 상환 여력이 있는 채무자의 상환 의지를 떨어뜨리고,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를 강화해 저신용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의 제도권 금융 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연구원은 대안으로 개인회생·워크아웃·파산 과정에서 금융권 채무뿐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등 공공채무까지 함께 조정하는 '통합 채무조정' 제도를 제시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상 국세와 지방세 체납액은 비면책채권으로 분류돼 개인이 파산면책이나 개인회생 절차를 마치더라도 그대로 남는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에 따라 채무조정 절차가 시작되면 세금 체납에 따른 신용정보 등록과 재산 압류를 일정 기간 중단하고, 생계형 영세 체납자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세채권의 일부를 감면하거나 배당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미국의 세금채무 조정제도와 영국·독일의 파산·채무조정 사례를 들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세금 체납액까지 조정하거나 면책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