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책을 읽는 데 꼭 책상과 의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잔디밭에 편안히 몸을 기대고 책장을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잠시 멈춘다. 누군가는 오래된 만화책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타자기로 좋아하는 문장을 두드린다.
지난 주말 대구 달성군 화원역사문화체험관 잔디광장에 펼쳐진 풍경이다.

달성군이 마련한 야외도서관 '틈'이 책과 놀이, 휴식이 어우러진 새로운 독서 공간으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구 달성군(군수 최재훈)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2026 달성군 야외도서관 [틈] Vol.2–문장을 갖고 노는 달성의 한량들'이 첫 주 일정을 마쳤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행사의 매력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책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앞세웠다는 데 있다.
17일 열린 김초엽 작가의 북콘서트에는 많은 관객이 함께하며 문학에 대한 관심을 나눴다.
헷갈리는 맞춤법과 명대사를 퀴즈로 풀어보는 '한량들의 오타검증소'에서는 웃음이 이어졌다. 추억의 만화방을 재현한 '만화한컷존'에서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만화책을 펼쳐 들었다.
잔디 위 빈백에 기대어 책을 읽는 '쉼표리딩존'도 인기를 끌었다.
레트로 타자기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하는 필사 체험과 미션을 완수하면 발급받는 '달성한량증'은 독서에 놀이의 재미를 더했다.
도서관은 조용히 앉아 책만 읽는 곳이라는 익숙한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며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셈이다.
첫 주말이 문장과 놀이의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주말에는 음악이 더해진다.
오는 24일 오후 4시 화원역사문화체험관 잔디광장에서 '이야기가 들리는 OST 콘서트'가 열린다.
4인조 현악 앙상블이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 친숙한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관객들이 음악에 담긴 장면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꾸민 무대다.

구연동화 연극과 '스마트폰 구출작전', '북BTI'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마지막 주말인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장소를 테크노폴리스 중앙공원으로 옮긴다.
31일에는 고명환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리고, 11월 1일에는 드로잉과 마술을 결합한 '그림북 스테이지'가 방문객을 맞는다.
이번 야외도서관은 독서를 특별한 학습활동이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평소 도서관을 자주 찾지 않는 주민들도 책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책과 문장을 매개로 저마다의 여유를 즐기고 함께 웃으며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남은 기간에도 책과 음악, 놀이가 어우러진 '틈'에서 일상에 작은 쉼표 하나를 더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에 잠시 틈을 내 책 한 권을 펼치는 일. 달성의 가을은 그렇게 조금 느리게, 조금 더 풍성하게 깊어지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