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기술 빗장…한화솔루션·OCI는 "직접 영향 제한적"

中 태양광 기술 빗장…한화솔루션·OCI는 "직접 영향 제한적"

중국, 폴리실리콘·웨이퍼·태양전지 기술 12종 수출통제 추진
한화솔루션 미국공장·OCI 말레이시아공장 기존 생산 차질 낮아
경쟁사 해외 증설 늦어지면 비중국 공급망 반사이익 가능성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중국이 태양광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태양광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는 중국 기술을 이전받아 운영하는 생산시설이 아닌 만큼 기존 해외 공장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 기술에 의존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려는 경쟁사들의 투자가 늦어질 경우 이미 현지 생산기반을 갖춘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한화솔루션 솔라허브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인공지능(AI)·바이오의약품·태양광 분야의 핵심기술 40종을 수출금지 또는 제한 목록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관련 기술은 12종으로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을 만드는 기술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다음 달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기 전에 중국 당국에 등록하도록 하는 조치는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등록 대상에는 기술의 소유권을 해외에 넘기거나 중국 내 기술을 해외에서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미 시작됐지만 완료되지 않은 기술 수출도 등록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수출을 차단하는 것과는 다르다. 중국 기업이 보유한 특정 제조기술을 외국 기업에 이전하거나 해외 생산시설에서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행위를 관리하는 제도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이 탑재된 일부 핵심 장비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규제 기술을 활용해 중국에서 생산한 웨이퍼와 셀, 모듈 등 완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관리 대상이 아니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글로벌 공급이 즉시 중단되는 조치는 아니라는 의미다.

한화솔루션, 미국서 직접 생산⋯중국 기술 규제 영향 제한적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N타입 TOPCon(탑콘)과 P타입 PERC(퍼크) 방식의 태양광 모듈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두 기술은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서울 장교동에 있는 한화솔루션 사옥 모습. [사진=한화솔루션]

TOPCon은 태양전지 안에 매우 얇은 막을 만들어 전기가 밖으로 새어나가거나 사라지는 현상을 줄이는 기술이다. PERC는

태양전지 뒷면에 특수한 층을 만들어 전기 손실을 줄이고 사용하지 못한 빛을 다시 반사시켜 발전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중국의 개정안에는 TOPCon 제조기술이 수출제한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TOPCon 제품이나 해당 방식으로 생산하는 모든 해외 공장이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보유한 기술을 국외로 이전하는 거래가 관리 대상이다.

한화솔루션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TOPCon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미국 공장을 운영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이번 조치가 기존 생산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경쟁사이고 회사의 미국 태양광 생산체계는 중국 기술을 이전받아 구축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조치로 제품 생산이나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카터스빌 공장은 모든 설비가 가동되면 연간 잉곳·웨이퍼·셀 각각 3.3GW(기가와트), 모듈 3.5GW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존 달턴 공장을 포함한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8.6GW 규모다.

잉곳은 태양전지 원료가 되는 실리콘 덩어리다. 이를 얇게 자른 웨이퍼를 가공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셀이 되고, 여러 셀을 연결해 하나의 태양광 모듈을 만든다.

OCI, 지멘스 공법 사용…기존 생산 차질 가능성 낮아

OCI홀딩스도 이번 조치로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는 지멘스 공법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지멘스 공법은 가열한 실리콘 막대에 원료 가스를 반응시켜 표면에 고순도 실리콘을 쌓는 방식이다.

OCI홀딩스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자회사 OCI테라서스 공장 전경. [사진=OCI홀딩스]

중국이 수출금지를 추진하는 기술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실란 기반 FBR 방식의 폴리실리콘 제조기술이 포함됐다. FBR은 작은 실리콘 입자를 가스 흐름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입자 표면에 실리콘을 증착하는 공법이다. 지멘스 공법과는 생산 방식과 설비 구조가 다르다.

다만 지멘스 공법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모든 규제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정안에는 단일 생산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이 3만톤 이상인 폴리실리콘 공장 설계·구축 기술 등도 수출제한 대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OCI홀딩스의 증설 과정에서 규제 대상인 중국 기술이나 장비를 새로 이전받는지 여부다. 기존 말레이시아 공장은 자체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어 현재 가동 중인 시설이 곧바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중국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을 관리하는 내용"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3만5000톤에서 2029년 7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을 비롯한 비중국산 태양광 공급망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中 경쟁사 해외 진출 늦어지면 반사이익 가능성

국내 기업들이 이번 규제로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제조기술에 의존해 해외 공장을 건설하려는 경쟁사들은 앞으로 기술 이전 과정에서 추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금지 대상으로 최종 지정되는 기술은 해외 이전이 원칙적으로 어려워진다. 제한 기술은 중국 당국의 허가 여부와 심사 기간에 따라 해외 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OCI홀딩스 자회사 OCI에너지가 운영하는 美 텍사스 샌안토니오 베어카운티의 알라모1 태양광 프로젝트 전경. [사진=OCI홀딩스]

이 경우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확보한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비중국산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현지 생산과 공급망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IBK투자증권도 중국의 기술 수출통제로 후발 태양광 업체들의 해외 공장 건설이 지연되면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한 한화솔루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산 태양광 완제품의 수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은 기존 생산시설에서 만든 웨이퍼와 셀, 모듈을 계속 해외에 판매할 수 있어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이 곧바로 완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기업이 이미 해외에 구축한 생산시설이나 중국 기술과 무관한 현지 공정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개별 사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규제 대상과 적용 기준, 예외 조항이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기존 해외 생산시설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기보다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의 향후 해외 증설과 기술 확보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의 실제 수혜 여부는 중국의 최종 규제 내용과 경쟁사들의 투자 일정, 중국산 제품의 공급 및 가격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