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가 지방의원의 외유성 출장과 편법 수의계약을 막는 등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2차 과제 30개를 확정했다. 협상을 빙자한 기술탈취, 보험사기 등 제도의 빈틈을 악용한 '꼼수'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과제 수는 1차(164개)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무조정실은 20일 오전 국무회의에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2차 과제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부처별로 국민제안과 현장의견을 받아 200여 건의 후보과제를 발굴했다. 총리실 총괄 태스크포스(TF)가 국민체감도를 중심으로 이를 걸러 30개를 최종 선정했다.

유형별로는 '법망을 피하는 편법행위 차단'이 10개로 가장 많다. '정부 관리 사각지대를 이용한 부당이득 차단'이 7개다. '구조적 비리·비위 개선'과 '현실과 유리된 법령·제도 개선'이 각 5개, '국민 정서와 괴리된 제도·관행 개선'이 3개다.
구조적 비리 분야의 첫 과제는 지방의원의 외유성 출장과 편법 수의계약 근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독립 법률인 '지방의회법'을 제정한다. 이 법에 단순 외유성 공무국외출장과 편법 수의계약을 막는 근거를 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방지법을 고쳐 수의계약 때 제한 대상의 제출·확인 의무를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대형 공공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심의위원에게 로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점을 법제화한다. 억대 신고포상제도 도입한다. 조달청은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알박기' 규격을 차단한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업체 부정행위 조사권과 신고포상금 도입을 추진한다.
편법행위 분야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수합병(M&A)·거래교섭 단계의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을 의무화한다. 제공 목적이 끝난 기술자료는 즉시 폐기하도록 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자 정보를 집중·공유하고 보험사기죄 형량을 높인다. 금융감독원과 보험회사 간 공동조사도 확대한다. 행안부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소송을 이유로 피해자의 주민등록 등·초본을 떼지 못하도록 주민등록법을 고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화이트해커가 사전 동의 없이 보안 취약점을 점검·신고할 수 있는 '대외개방 취약점 상시신고제'를 법제화한다. 병무청은 입영 희망시기 선택 기회를 넓히고 하반기 입영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한다. 플랫폼이 직접 파는 상품인지 중개 상품인지를 명확히 표시하게 한다. 플랫폼 업무 과정에서 생긴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명문화한다. 입점업체 정산 전에 청약을 철회하면 플랫폼이 환불 책임을 지도록 명시한다.
외국인 관련 과제도 여럿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 제도에 상호주의를 적용한다. 건강보험 체납 외국인 정보를 법무부에 넘기는 기준은 50만원 이상에서 40만원 이상으로 낮춘다. 기초연금 수급자격에는 일정 기간 국내 실거주 요건을 새로 둔다.
정부는 시행령·시행규칙이나 내부지침 개정처럼 행정부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과제는 연내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추진 성과는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한다.
하지만 30개 중 7개는 과제 내용에 법률 제·개정이나 법제화가 명시돼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 주민등록법·국민연금법·국세징수법·기초연금법 개정, 건설공사 입찰 감점과 화이트해커 신고제 법제화 등이다. 보험사기죄 형량 강화나 방산업체 조사권 도입처럼 사실상 입법이 필요한 과제를 더하면 국회 처리에 기대야 하는 과제는 더 늘어난다. 헤드라인 과제인 지방의원 외유성 출장 제한도 '지방의회법' 제정이 전제다.
2차 과제의 무게 중심도 발굴 단계와 달라졌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9월 공개한 2차 과제 발굴 방향에는 꼼수이득·재정누수와 함께 독점적 지위 남용, 매점매석, 시장교란에 따른 피해 개선이 중점으로 담겼다. 최종 목록에서 공정위 주관 과제는 플랫폼 소비자 보호 1건뿐이다. 매점매석이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직접 겨냥한 과제는 없다.
정부는 1차 과제에 대해 "대부분의 과제가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 성과로는 계란·밀가루·전분당 담합 제재를 꼽았다. 전분당 담합에는 역대 최대인 747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정부는 이 제재로 담합 품목은 최대 26.5%, 빵·라면·과자 등 가공식품은 최대 14.6%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났다고 설명했다.
하천·계곡 불법시설은 이달 16일 기준 3만5683건을 정비했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 고가주택을 전수검증해 사주 일가 등의 사적사용 혐의가 있는 1097채를 찾아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할당관세를 악용한 10개사, 586억원을 적발했다.
이번 자료에는 1차 과제의 완료 건수가 담기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든 과제가 완료 또는 정상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두 달여 만에 표현이 "대부분"으로 바뀌었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지나쳐 온 불합리와 제도의 빈틈을 찾아 바로잡는 일은 중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