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청은 '이전 대상'이 아니라 '인천의 약속'이다

[기고] 재외동포청은 '이전 대상'이 아니라 '인천의 약속'이다

박종진 국민의힘 연수갑 당협위원장

[아이뉴스24 문채린 기자] 지난 13일 행정안전부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44개 기관이 세종으로 옮겨 가는데, 재외동포청이 내년 상반기 우선 이전 대상 6곳에 들어갔다. 2023년 6월 인천 송도에서 문을 연 지 3년 4개월 만이다.

박종진 국민의힘 연수갑 당협위원장

정부의 명분은 분명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의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이전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재외동포청 이전은 그 대의에 비춰 봐도 설득력이 약하다.

첫째, 이 기관은 '절차'를 거쳐 인천에 왔다.재외동포청 입지는 전국에서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진 끝에, 편의성·접근성과 지방균형발전 등을 따져 서울과 인천 두 곳으로 압축한 뒤 인천으로 결정됐다.

인천시민 100만 서명과 전 세계 한인단체의 지지가 뒷받침했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이다. 그렇게 정한 국가기관을 3년 만에 뒤집는다면, 앞으로 어느 지역이 정부의 입지 결정을 믿고 유치에 나서겠는가.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신뢰 문제다.

둘째, 재외동포청은 '현장'의 기관이다.1902년 12월 제물포항에서 첫 이민선이 떠났다. 120여 년이 지나 700만 재외동포의 행정을 맡는 기관이 그 출발지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가깝고, 세계한상대회 같은 동포 사회와의 접점도 인천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직원 157명 규모의 기관을 세종으로 옮겨서 얻는 균형발전 효과가 이런 상징성과 접근성을 포기할 만큼 큰지, 정부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셋째, 진짜 문제는 '청사'였다.올해 초 서울 이전 논란의 불씨는 임대료와 직원 정주 여건이었다. 인천시가 유치 당시 약속한 독립청사와 지원책은 개청 3년이 지나도록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이 숙제를 풀지 않은 채 "그래서 세종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회피다. 정부는 독립청사 마련 책임을, 인천시는 이행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 연수갑 당협위원장이 밝힌 이전 반대 입장은 특정 정당의 구호가 아니라 지역의 상식에 가깝다. 민주당 인천시당 역시 이전 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낼 때 지역의 요구는 힘을 얻는다.

또한 박찬대 인천시장의 대응은 아쉽다. 시장은 정부 발표 당일 "청은 세종으로 가지만 동포들은 인천으로 온다"며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유치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센터는 환영할 일이지만 본청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이전을 전제로 한 보완책을 먼저 내놓는 순간, 협상의 출발선은 이미 인천 스스로 뒤로 물린 셈이 된다.

지금 인천 시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철회 요구라는 행동이다.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 재외동포청 이전 계획을 철회하거나 최소한 전면 재검토하라. 둘, 이전이 필요하다는 업무상 근거와 균형발전 효과를 공개하라. 셋, 송도 독립청사 로드맵을 확정해 3년 전 약속을 지켜라.

균형발전은 한 지역의 것을 빼앗아 다른 지역에 주는 일이 아니다. 어렵게 유치한 국가기관을 지켜 내는 일 역시 균형발전이다. 재외동포청은 인천에 '잠시 맡겨 둔 기관'이 아니라 인천이 '약속받은 기관'이다.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인천=문채린 기자(crmo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