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사업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스마트공장과 부품조달에 이어 그룹 차원의 전략 기능까지 강화한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전략실 산하에 'RX사업전략팀'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RX를 '로보틱스 에브리싱(Robotics Everything)'이라는 의미로, 로봇 기술과 생산, 공급망, 서비스 등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신설팀의 구체적인 인원과 업무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여러 계열사와 조직에 흩어진 로봇 역량을 연결하고 중장기 사업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관련 조직 정비는 올해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공장 체계를 총괄하는 'SDF 추진 담당' 보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 출신의 알페시 파텔 상무를 선임했다.
SDF는 공장의 설비와 생산 데이터, 로봇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가 투입될 생산공정을 설계하고 로봇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학습하는 기반으로 SDF를 활용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에는 '로보틱스부품구매실'을 만들고 소현성 전 베이징현대 발전기획본부장을 실장으로 선임했다. 아틀라스 대량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동구매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SDF 추진 담당이 로봇이 일할 공장 환경을 구축하고 로보틱스부품구매실이 양산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한다면, RX사업전략팀은 그룹 차원의 로봇 사업 방향과 밸류체인을 설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은 여러 계열사와 조직이 나눠 맡고 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와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 배송·서비스 로봇 등을 개발한다.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담당한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과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핵심부품 개발을 맡는다. 현대차·기아는 그룹의 제조 역량을 활용해 로봇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생산공장을 로봇의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 공간으로 제공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봇과 부품의 물류를, 현대오토에버는 공장과 로봇을 연결하는 시스템 통합을 지원한다. 로봇 개발부터 부품, 생산, 물류, 시스템 운영까지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연결하는 구조다.
RX사업전략팀은 이들 조직의 개발·투자 일정을 조율하고 로봇 생산량과 부품조달, 판매 전략 등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틀라스를 그룹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품으로 키우려면 제조업과 물류 등 산업별 수요에 맞는 사업모델도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판매와 유지관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묶은 서비스형 로봇(RaaS)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부 수요를 통해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한 뒤 외부 산업으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현대차·기아 등 그룹의 글로벌 생산 현장에 로봇 2만5000대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먼저 배치된다. 초기에는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순서에 맞게 분류하고 배열하는 서열 작업을 맡는다.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작업 범위를 넓힌다. 무거운 물체를 반복적으로 옮기거나 작업자가 수행하기 위험한 공정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9년 하반기 미국 오토랜드 조지아에 아틀라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HMGMA에서 축적한 작업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활용해 그룹 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HMGMA 안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아틀라스의 훈련을 시작했다.
RMAC은 실제 자동차 제조환경에서 아틀라스가 부품 서열과 자재 이동 등의 작업을 학습하는 공간이다. 훈련 과정에서 수집한 성공과 실패 데이터를 AI 모델에 다시 반영하고, 개선된 로봇을 현장에 재투입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7년 RMAC을 현재보다 약 10배 큰 시설로 이전할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물류와 항공우주, 반도체, 식음료 등 다른 산업에서 아틀라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작업도 발굴한다.
업계에서는 RX사업전략팀 신설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이 기술 개발에서 양산과 사업화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체계를 실제 수요로 연결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부품 공급망과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제조원가를 낮춰야 한다. 공장에서 장시간 같은 품질로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한 안전성도 입증해야 한다.
아틀라스가 2028년 HMGMA에서 서열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는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장 내부에서 생산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여줘야 외부 제조·물류업체를 대상으로 한 판매와 서비스 사업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스마트공장과 부품구매 조직에 이어 사업전략 조직까지 마련하면서 로봇 사업 체계는 한층 구체화됐다. 앞으로는 그룹 내 흩어진 역량을 실제 양산 성과와 현장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일이 관건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