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 188개를 제작·분양하며 약 23조원 규모의 도박판을 운영한 최상위 공급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도박공간개설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피의자 7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 거점을 두고 도박사이트 188개를 제작해 하부 운영조직에 분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된 인원은 최상위 공급조직 25명, 하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33명, 도박자 19명 등이다. 최상위 조직 가운데 18명, 하부 운영조직에서는 3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솔루션 조직원 24명에 대해서는 역할을 분담해 지속적으로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한 점 등을 토대로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해외 유명 게임사와 계약을 맺고 카지노 영상과 게임머니를 공급하는 이른바 ‘벤더사’를 만든 뒤,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하는 ‘솔루션’ 업체와 결합해 불법 도박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벤더사는 해외 게임사에서 카지노 영상과 게임머니를 사들여 솔루션 업체에 공급하고, 솔루션 업체는 이를 이용해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하부 운영총책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솔루션 조직은 사이트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을 받고 게임머니도 재판매하며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조직이 ‘벤더사→솔루션→도박사이트 운영진→도박자 모집책→도박자’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부 조직이 늘어날수록 게임머니 유통 마진과 사이트 관리 수익이 함께 커지는 피라미드형 구조였다는 것이다.
조직은 IT 전문가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솔루션 측은 국내 대기업 IT 분야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폭력조직원들을 하부 도박사이트 운영에 끌어들이는 등 전국 각지에서 운영자와 모집책을 확보하며 조직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동원됐다.
조직은 운영 사무실을 베트남·캄보디아와 국내로 나눠 운영하고 장소를 수시로 옮겼다. 대포통장 등 차명 수단과 해외 서버, 해외 메신저도 사용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 하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금융계좌 795개와 해외 메신저 사용내역 등을 분석해 상위 공급조직을 특정했고 최근까지 최상위 조직원 25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 가운데 벤더사 관련자는 2명이 모두 구속됐고, 솔루션 조직에서는 23명이 검거돼 16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벤더사가 사용한 게임머니 관리자 페이지와 금융계좌를 분석해 범행기간 전체 도금 규모를 약 23조원으로 특정했다.
개발자 검거 이후 이들이 제작·분양한 도박사이트 188개의 운영도 모두 중단됐다.
해당 사이트에서 사용한 인터넷주소(URL) 408개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해 모두 접속이 막혔다.
범죄수익 환수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솔루션 총책 A씨 등 운영진의 범죄수익 96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하고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해외로 달아난 피의자 1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와 강제송환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도박사이트가 단속 이후에도 계속 생겨나는 점에 주목해 하부가 아닌 공급망의 원점을 차단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며 “이번 수사로 최상위 공급망을 와해시켜 수백 개 도박사이트의 운영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거점 공범을 검거하고 최상위 공급망을 중심으로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내포=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