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기택 기자] 전북 군산시의 집회 현수막 관리 논란이 단순한 법령해석 차이를 넘어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와 행정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집회 신고기간에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는 군산시의 판단이 정부의 기존 법령해석과 엇갈리는 데다, 관련 조례에도 실제 집회 개최 여부와 위반 현수막의 현장 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광고물 정비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갖추고도 집회 현수막에 이를 적용하는 기준이 불분명해 조례의 실효성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2013년 12월 11일 법령해석을 통해 집회 신고기간 전체가 아닌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안전부도 2021년 법령해석에서 실제 집회시간 외에 설치된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행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집회 신고 사실만으로 현수막 게시에 관한 규제 예외가 신고기간 전체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앞서 군산시는 집회 신고된 현수막에 대해 신고기간 내 임의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변호사 자문을 근거로 실제 집회 개최 시간에만 게시를 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의 기존 해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해석 차이를 현장에서 해소할 자체 관리체계도 충분히 구체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25년 5월 1일 개정된 ‘군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조례’에는 정당현수막의 표시방법과 불법광고물 정비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반면 집회 현수막에 대해서는 실제 집회 개최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고, 어떤 절차로 위법성을 판단해 행정조치할 것인지에 관한 별도의 세부 기준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조례 제12조와 제13조에는 불법광고물 시민감시단과 수거보상제 운영 근거가 있으며, 제27조에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는 불법 현수막 등에 대한 즉시 제거 규정도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집회 현수막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현장 적용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러한 제도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항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 전반을 재검토하고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에서 집회 현수막 관리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집회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부터 위반 현수막에 대한 시정명령과 철거 절차, 담당 부서의 판단 책임까지 일관된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민감시단과 수거보상제 운영 실태, 옥외광고심의위원회 기능, 불법광고물 정비 실적 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물론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만으로 현수막 게시를 임의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권 보장이 집회 신고만으로 무제한적인 현수막 게시를 허용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결국 핵심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령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위법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군산시가 정부의 기존 법령해석과 다른 판단을 유지한다면 그 법적 근거와 적용 기준부터 시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이제 논란의 본질은 현수막 한 장을 철거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군산시가 이미 갖춘 조례와 정비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불명확한 관리 기준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군산시와 군산시의회가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 전반에 대한 실효성 점검과 제도 정비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북=임기택 기자(limgt74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