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정수장 운영 근거를 수도법에 새로 만들기로 했다. 국내 첫 AI 정수장이 가동된 지 4년 만이다. 국제표준은 이미 확정을 앞두고 있고 해외 수출도 시작됐다. 기술과 수출이 먼저 나가고 국내 법 근거가 가장 늦게 따라오는 구조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는 19일 '물산업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첫 과제로 AI 정수장을 올렸다. 정부는 수도법에 AI 정수장 운영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AI 인증·평가 체계를 만들고 범용 설계·구축·운영 표준도 마련한다. AI 물관리 인증 국제표준(ISO) 제정도 추진한다.
현재 AI가 정수 공정을 운영하는데도 이를 설계하고 검증하고 운영하는 국가 기준이 없다.
국제표준화는 이미 막바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3일 ‘AI 기반 상수도 관리 가이드라인'(ISO 25288)이 국제표준안(DIS) 투표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투표는 7월 14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됐다.

이 표준안은 ISO 기술위원회(TC 224)에서 2024년 신규 제안됐다. 올해 1월에는 위원회안(CD)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수자원공사는 다음 달까지 표준 문서를 확정해 ISO 중앙사무국에 제출한다. 내년 1월 기술위원회 총회 확인을 거쳐 2027년 국제표준(IS)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이 표준을 주도하는 동안 국내에는 이에 맞는 법적 기준이 없었다. 정부가 이번에 ‘ISO 제정 추진'을 과제로 내 건 배경이다.
해외 수출도 이미 시작됐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4월 베트남 호찌민시 켄동 정수장에 AI 정수장 운영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시설 용량은 하루 20만㎥, 총사업비는 약 11억원이다. 약품주입 자율운영, 에너지관리시스템, 설비관리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AI 정수장의 출발점은 화성 정수장이다. 수자원공사는 2022년 화성정수장을 AI 정수장으로 바꿔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24년에는 화성을 포함한 한강유역 광역정수장 13곳에 AI를 도입해 2025년부터 본격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방상수도에서는 부산시가 올해 명장정수장을 대상으로 첫 AI 정수장 사업에 착수했다. 완료 목표는 2029년이다.
정부는 해외 사례로 미국과 일본을 들었다. 미국은 환경보호청(EPA)이 AI 감시체계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수도법에 AI 자율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정수장 모든 공정에 AI 도입은 국내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한국이 앞서 있지만 법 근거는 일본이 먼저 마련한 셈이다.
이번 방안에는 AI 정수장 외에 4개 과제가 담겼다. 4건 모두 수열에너지, 태양광, 재생에너지 지원, 댐 주변 개발에 관한 것이다.
하수와 유출 지하수도 수열에너지원으로 인정한다. 현행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별표1은 수열에너지를 해수 표층과 하천수로만 한정하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차를 이용해 냉난방에 쓰는 에너지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20년 넘게 다양한 수열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처리장에서 매일 쏟아지는 처리수의 열을 버리지 않고 쓰겠다는 취지다.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도 태양광 설치 장소를 넓힌다. 현행 상수원관리규칙 제12조는 건축물 옥상,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주택 대지에만 태양광을 허용한다.
육상은 농·축협이나 보호구역 주민 협동조합이 설치·운영하고 주민 소득에 기여하면 부지 제한을 푼다. 수상은 수면관리자가 직접 설치·운영하고 지역주민이 사업에 참여하면 허용한다. 수면관리자는 지방정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어촌공사다.
정부는 싱가포르와 영국이 식수용 저수지에 수상태양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탱기 저수지에는 약 60MW, 45ha 규모 설비가 있다.
댐 주변 친환경사업을 민간도 운영할 수 있게 한다. 현행 댐주변친환경보전법 제23조와 시행령 제14조는 지방정부, 수자원공사 등 댐 관리청과 수탁관리자의 직접 경영만 허용한다. 에너지자립단지, 캠핑장, 체험시설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매각·임대·위탁경영 근거 조항을 새로 둔다. 위탁경영의 대상, 절차,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미국은 육군공병단(USACE)이 댐을 관리하고 인근 캠핑장은 민간이 운영한다. 영국은 환경청이 수변 공간을 관리하면서 민간에 관광시설 운영권을 준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다.
수계기금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할 근거를 명확히 한다. 현행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법 시행령에는 규제지역 특별지원사업에 재생에너지를 지원한다는 명시 규정이 없다.
특별지원사업 규모도 키운다. 현재는 연간 주민지원사업비의 30% 범위에서 수계위원회가 금액을 정한다. 정부는 지역주민 소득증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이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덴마크 풍력발전 협동조합 사례를 들었다.
수계기금의 주 재원은 하류 주민이 수돗물 사용량에 따라 내는 물이용부담금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